[사설]노조와 부딪치더라도 잘못된 단체협약 고쳐야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1월 26일 03시 00분


허준영 코레일(한국철도공사) 사장이 어제 “철도공사 전체가 노조 문제로 전전긍긍하는 ‘철도병’에 걸려 있다”면서 “이를 치유하려면 단체협약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불합리한 단협 때문에 노조에 질질 끌려다니지 않고 근원 치료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높이 사줄 만하다.

철도공사 단협에는 지나친 내용이 많다. 다른 공기업 노조는 정부 기준대로 전임자를 두고 있지만 철도노조는 기준치 20명의 3배인 61명이다. 전임자 임금으로 매년 30억 원이 철도공사에서 나가는데 그중 20억 원은 나가지 말았어야 할 돈이다. 단협이 정한 3조 2교대로는 업무량에 맞춰 인력을 배치할 수 없다. 주야간 인원을 똑같이 배정하다 보니 KTX의 경우 정비 수요가 가장 많은 0시∼오전 2시에 인력이 태부족이다. 노조는 노동 강도가 높아진다는 이유로 근무제 변경에 반대하고 있다. 일반 국민에게는 평일인 제헌절과 한글날을 철도공사는 단협에 따라 아직도 쉬는 날로 친다.

철도노조는 ‘사측이 단협 120여 개 항의 개악(改惡)을 요구한다’며 반발하지만 공기업 노조의 과도한 복지 요구는 이를 세금으로 떠받쳐주는 국민의 부담을 늘리는 일이다. 허 사장은 노조에 단협의 해지를 통보해 6개월 후에는 단협이 무효가 된다. 노사가 과거의 폐해를 씻어내고 미래형 단협을 새로 만들자면 노조와 충돌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렇더라도 공기업의 생산성을 떨어뜨리는 낡은 관행은 이번 기회에 바로잡고 넘어가야 한다.

허 사장은 철도노조가 오늘부터 파업에 들어갈 경우 노조는 물론이고 파업 참여 노조원에 대해 손해배상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세금으로 국민에게 공공서비스를 하는 공기업 사장의 당연한 책무다. 하루 평균 8억∼9억 원으로 추정되는 파업 손실과 파업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불법 행위에 대해 반드시 책임을 지워야 한다.

허 사장은 “국민이 철도노조 좀 말려 달라”고 하소연했다. 파업에 따른 불편을 참고 견뎌 달라는 당부다. 2005년 미국 뉴욕의 지하철과 버스 등 대중교통 노조 파업 때 시민들은 큰 불편을 묵묵히 참아내 파업 철회에 큰 역할을 했다. 한국의 ‘철도병’ 치유에도 국민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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