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테이션/동아논평]김인규 신임사장의 KBS개혁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1월 20일 17시 00분




KBS이사회가 어제(19일) 신임 사장후보로 김인규 한국디지털미디어협회장을 선출하고 대통령에게 임명을 제청하기로 했습니다. 김 후보는 대통령의 최종 임명 절차를 거쳐 사장에 취임하게 됩니다. 이로써 지난 정권에서 심각하게 흔들렸던 '공영방송 KBS'의 위상이 바로잡힐 수 있는 교두보가 마련된 것입니다.

벌써 까마득한 일처럼 여겨지기도 하지만, 전임 정연주 사장 시절 KBS는 '해방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전임정권과 코드가 맞았던 정 사장은 당시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 관련 방송을 하면서 '아무리 느슨한 기준을 적용해도 공정했다고 말하기 어렵다'는 언론학자들의 평가를 받았습니다.

그뿐이 아닙니다. 2004년 '미디어 포커스'라는 프로그램에서 북한의 혁명찬양가인 '적기가(赤旗歌)'를 배경음악으로 사용했습니다. 2006년에는 중국 마오쩌둥(毛澤東)의 대장정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하필 현충일에 방영하기도 했습니다. 다큐멘터리 '인물현대사'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좌편향적인 인물을 집중적으로 내보냈던 방송입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공영방송이자 국가기간방송인 KBS는 방송의 공적 책임과 공정성, 공익성을 실현해야 할 의무가 방송법에 명시돼 있습니다. 방송의 공적 책임이라는 것은 인간의 존엄과 가치 및 민주적 기본질서를 존중하는 것이라고 방송법은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습니다. 지난 정권에서 KBS는 이러한 방송의 공정 책임을 망각하고, 민주적 기본질서를 뒤흔들었다고 평가되고 있습니다.

신임 사장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가 바로 KBS를 민주적 기본질서를 존중하는 공영방송으로 굳건히 세우는 일입니다. 그것이 KBS의 정체성을 바로잡는 길이기도 합니다. 이 중차대한 책무에 비하면 KBS 내부갈등 해소나, 수신료 인상 같은 일은 어쩌면 후순위라고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김 신임사장이 지난 대선 때 이명박 대통령 캠프에서 활동한 경력을 놓고 이런저런 말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시청자는 '정권의 친위대' 사장도, '노조의 포로'인 사장도 원하지 않습니다. 오직 나라와 국민만 바라보면서 가장 믿을 수 있는 방송 KBS로 과감하게 개혁하는 것만이 김 사장도 살고, KBS도 살 수 있는 길임을 알아야 할 것입니다.

김순덕 논설위원 yu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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