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공직부패 이대로는 선진국 문턱 못 넘는다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1월 18일 03시 00분


국제투명성기구가 어제 발표한 2009년 부패인식 지수에서 한국은 10점 만점에 5.5점으로 180개 조사 대상 국가 가운데 39위였다. 작년에 비해 순위는 40위에서 한 단계 올랐지만 점수가 5.6점에서 0.1점 하락해 공무원과 정치인에 대한 국민의 부패인식 정도가 나아지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 회원국의 평균이 7.04인데 비해 우리는 2005년에 겨우 4점대를 넘어 5점대에 진입한 이후 계속 정체상태다. OECD에서의 순위는 22위로 헝가리 폴란드 체코 등과 함께 하위 그룹에 속한다. 세계 10위권의 경제력을 자랑하는 나라로서 부끄러운 수준이다.

국내의 다른 조사결과도 국제투명성기구 평가와 크게 다르지 않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작년 12월 국내 거주 외국인들을 상대로 여론조사를 한 결과 ‘한국 공무원이 부패했다’는 응답자가 50.5%, ‘부패로 인해 기업 활동이 심각하게 저해됐다’는 응답자가 58%에 이르렀다. 작년 11월 국민권익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기업인 10명 중 2명이 최근 1년 사이에 공무원에게 금품이나 향응을 제공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주된 이유는 ‘공무원과의 관계 유지를 위해’(34.8%), ‘관행상 필요해서’(25.9%), ‘업무 처리에 따른 감사 표시’(15.6%)였다. 국가기관의 조사결과가 이 정도라면 실제로는 훨씬 더 심할 가능성이 높다.

A 씨는 미국인 투자자와 함께 실버타운 사업을 하기 위해 지방의 부동산을 물색하던 중 지방공무원한테서 부동산 매입 대금의 0.9%를 소개비로 달라는 노골적인 요구를 받았다고 동아일보 논설위원에게 밝혔다. 소개비만 주면 사업에 필요한 다른 행정절차는 자신이 원활하게 처리해주겠다고 했다는 것이다. 지방공무원들이 투자유치를 위해 발 벗고 뛰어야 할 판에 거간꾼 노릇을 하며 뇌물을 요구했다니, 중남미지역의 ‘바나나 공화국’을 방불케 한다. A 씨가 다른 지역의 경제단체 관계자에게 부동산에 대해 알아봐 달라고 부탁하자 매입 대금의 4%를 소개비로 요구했다. A 씨만 이런 경험을 했겠는가.

공직사회의 부정부패는 기업 활동을 어렵게 하고, 국민에 대한 공공서비스의 질을 떨어뜨리며, 국가신인도(信認度)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 아무리 선진화를 외친들 부정부패와 비리로 찌든 공직사회를 방치한 채로는 선진국이 될 수 없다. 공직자들의 의식개혁과 함께 공직사회를 맑고 투명하게 만들기 위해 국가적 노력이 있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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