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美-中밀월시대, 韓美동맹 강화 더 절실해졌다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1월 18일 03시 00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일본 중국을 거쳐 오늘 서울에 온다. 오바마 대통령은 첫 아시아 순방을 한미 미중 미일 양자(兩者)관계를 새로 정립하고 미국의 전반적인 대(對)아시아 정책을 천명하는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 오바마는 ‘미국의 첫 태평양 대통령’이라고 자임하면서 아시아 국가들과 정치 경제 군사적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다짐했다. 일방주의 외교에서 벗어나 상호 협력을 강조하며 손을 내미는 오바마의 아시아 중시정책은 우리의 외교환경에도 변화를 몰고 올 것이다. 무엇보다 미국과 중국의 ‘특별한 관계’가 초래할 국제질서 변화에 대한 능동적 대응이 절실하다.

올해는 미중 수교 30주년이다. 오바마는 전통적 우방인 한국 일본보다 중국 방문에 공을 더 들였다. 한일 방문일정은 각각 1박 2일이지만 중국 체류는 3박 4일이다. 그는 ‘미중 G2 시대’의 본격적인 개막을 앞두고 조율작업에 특별히 정성을 쏟았다. 정상회담 결과도 좋았던 것 같다. 오바마는 어제 기자회견에서 기후변화, 핵확산, 경제회복과 같은 도전을 극복하기 위한 중국과의 협력 필요성을 강조했다.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도 “양국이 국제사회의 도전에 동반자로서 대응해 나가기로 했다”고 화답했다.

오바마는 미중 협력을 양국 관계 발전뿐 아니라 국제적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동력으로 삼으려는 구상을 갖고 있다. 미국은 이미 7월 워싱턴에서 열린 제1차 미중 전략경제대화에서 양국의 협력을 통한 국제현안 해결 전략을 드러냈다. 오바마는 가까운 장래에 세계 제1의 경제대국으로 부상할 중국과 전략적 차원의 협력관계 구축을 위한 노력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이번 미중 정상회담도 그 일환이다.

미중 정상이 북핵문제를 국제적인 비(非)확산 문제 차원에서 다룬 점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두 정상은 북한과 이란 핵 문제를 거의 비슷한 비중으로 다뤘다. 후진타오는 “한반도 비핵화와 6자회담 프로세스를 추진해야 한다”면서 이란 핵과 마찬가지로 북핵도 “대화와 협상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대화와 협상으로 북한을 다루는 데는 한계가 있음을 중국도 잘 알 것이다.

내일 한미정상회담에서 양국 정상은 북한을 회담장으로 끌어낼 구체안을 만들어 중국을 포함한 6자회담 참가국에 제시해야 한다. 한국을 처음 방문하는 오바마에게 북핵이 이란 핵보다 더욱 시급한 현안임을 인식시킬 필요도 있다. 미국의 중국 중시정책으로 한미동맹 강화가 더욱 절실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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