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태준]G20 서울회담, 선진국 진입의 디딤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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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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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내년 11월 서울에서 열릴 예정이다. G20 정상회의는 지난해 미국에서 발생한 금융위기가 전 세계 금융 및 경제위기로 확산되자 이를 극복하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으로 미국 주도하에서 시작한 모임이다. 비록 경제규모로는 세계 13위 국가이지만 세계경제질서를 논하는 핵심국가로는 대접받지 못하던 한국이 G20 회담을 유치한 일은 대단한 쾌거라 할 수 있다. 이명박 대통령도 “G20 정상회의 개최로 우리도 국제질서의 틀과 판을 짜는 나라가 됐으니 자신감을 갖자”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런 결과는 결코 우연히 얻어진 게 아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한국은 다른 어떤 국가보다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국제적 노력에 적극 참여하고 일부 주제에 대해서 논의를 주도함으로써 국제사회에서 리더십을 보여주었다. 이제 우리는 G20 정상회의를 유치했다는 흥분을 가라앉히고 어떻게 하면 이 기회를 명실상부한 선진경제로의 진입과 국제적 리더십의 강화로 연결시킬 수 있느냐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G20 정상회의를 준비하는 한국의 입장에서는 성공적인 행사를 위해 준비할 과제 중 회원국이 논의할 의제를 설정하는 작업이 가장 중요하다. 그동안 세 차례의 G20 정상회의에서 토의한 의제는 매우 시의적절하고 포괄적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우리도 내년 11월의 세계경제상황에 적합한 주제를 발굴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대내적으로는 G20에서 논의할 의제 및 협상전략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전담기구를 정부에 마련하고 대외적으로는 전 세계 각 분야의 민간 및 시장전문가와의 회의 및 모임을 체계적으로 기획해서 이 결과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신흥시장국의 이해관계를 좀 더 적절하게 의제에 반영하기 위해서 비G20 국가와의 적극적인 대화채널을 마련하는 일이 필요하다.

둘째로는 G20 정상회의의 모멘텀이 서울회의 이후에 지속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현재 많은 전문가는 G20이 금융위기 이후에도 국제적 공조와 관련된 사항에 대해 과연 참여 국가 간의 합의를 도출해 낼 수 있을지 의구심을 나타낸다.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와 같은 신흥경제국의 부상으로 G20은 향후에도 선진국과 이들 국가 간의 대화채널로 유지되리라 예상된다. G20에 포함되지 않은 국가가 소외감을 느끼지 않도록, 또 이들 국가가 국제 경제질서에 긍정적 역할을 하도록 한국이 교량역할을 해야 한다. 세계의 원조를 받다가 원조를 하는 국가로 발전한 한국이 국제사회에서의 리더십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이다.

그러나 G20이 실질적인 정책논의 및 협조기구가 되기 위해서는 사무국과 같은 상설 조직이 요구된다. 현 시점에서 사무국의 설치를 의제로 제시하는 일이 다소 시기상조라고 판단될 경우 상시적 또는 정기적으로 운영되는 분야별 위원회나 전문가 실무그룹의 구성을 제안할 수 있다. 단계별로 접근하자는 말이다.

마지막으로 G20 정상회의 유치를 통해 한국 경제의 선진화 모멘텀을 한 단계 더 발전시키는 작업이 중요하다. 서울에서의 G20 정상회의를 단순히 일회성 행사로 치르기보다는 한국이 국제 경제 질서 수립에서 지속적으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계기로 활용해야 한다. 또 G20 서울정상회의를 국민의 자긍심 고취로 이어 가기를 바란다. 국제사회에서 경제적 위치에 걸맞은 책임감을 국민이 인식함으로써 한국이 진정한 의미에서의 ‘강한 나라’로 나아가는 기회로 이용해야 한다.

김태준 한국금융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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