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칼럼/마틴 유든]한국 고서에서 발견한 ‘원더풀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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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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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첫 임기를 마치고 1981년 떠날 때가 돼서야 한국에 대한 호기심을 충족하기 위해 많은 책을 구입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하지만 이 책들이 모든 궁금증을 해결해주지는 못했고 나는 한국과의 연결고리를 계속 유지하고 싶었다. 그리하여 외국어(주로 영어)로 된 한국 관련 고서를 수집하면서 한국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지식을 넓혀가기로 했다.

영국에는 작은 마을에도 중고 서점이 한두 개씩은 꼭 있기 마련이어서 취미를 지속하는 데는 더할 나위 없이 이점으로 작용했다. 웨일스 헤이온와이 마을의 고성(古城), 학교, 극장이 모두 서점으로 탈바꿈하기도 했다.

영국을 여행할 때마다 고서점에 들러 한국 관련 서적을 찾았다. 하지만 찾기가 힘들었다. 1950년 이전 한국에 관한 내용이 실린 책은 중국이나 일본, 인도 책에 비해 현저하게 적었다. 공급도 적었지만 책을 찾는 수요도 아주 적었다. 극히 일부만이 한국 관련 고서를 수집하므로 책값이 싼 것이 얼마나 큰 이득인지를 알 수 있었다.

고서를 모으는 데 상대적으로 돈보다 여유로웠던 것은 고서 수집에 대한 내 열정과 시간이었다. 1810년 이전에 발간된 최초의 한국 관련 서적은 굉장히 비쌌다. 최근에는 영국 해군의 첫 부산 방문을 다룬 책이 4만5000달러까지 치솟는 사례를 본 적도 있다. 1820년 이후에는 더 많은 해군이 한국에 들어왔고 해군 지휘관이 자신의 경험을 적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한국의 첫인상을 기록한 해군 외교관 탐험가 선교사 등의 글이 나오기 시작했다.

고향 영국 등서 수십년간 450권 모아

지난 수년간 이런 책을 많이 모았다. 인터넷이 가능해지고 나서는 조금 더 쉬워졌다. 온라인으로 책을 살 수 있었고, 개인적으로는 구하기 힘든 오래된 잡지 기사를 때때로 온라인 서적 판매자나 이베이를 통해 찾을 수 있었다.

책은 현 세대나 자손을 위해 신중하게 만들어진다. 마찬가지로 한국에 대한 그들의 관점은 시대의 지식과 편견을 고려하고 반영하기 마련이다. 외국인의 눈에 비친 당시 한국은 자신들이 실제로 보고 들은 내용을 오해하거나 그들의 경험을 자신만의 관점으로 해석하고 자신만의 세계관을 기준으로 덧붙여서 실제 일어난 역사적 사실의 묘사보다 더욱 흥미롭다.

오늘날에도 책은 비슷한 방식으로 만들어지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우리가 현재 고서를 보고 지난 과거를 궁금해하듯이 미래의 어떤 이는 현재 우리의 순수성과 세련됨을 궁금해할지 모른다. 이러한 현재의 기록은 여전히 과거지만, 당시 모습을 생생하게 상기시켜준다. 그렇기에 과거 기록을 소중하게 지키지 못한다면 과거는 사라지고 만다. 내가 바쁜 가운데도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책을 수집한 이유 중 하나이다.

나는 어느새 450권 이상의 한국 관련 고서를 모아 방대한 컬렉션을 보유한 수집가가 됐고, 그동안 모은 책과 기사를 다른 이와 공유하기 위해 매일 다이어리 형태로 글을 써보기로 결심했다. 영국의 출판사를 설득하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았지만 본문을 스캔하고 수정하고 서문을 쓰는 데는 예상보다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또 프랑스어와 독일어로 된 부분을 번역해야 했으며 마지막으로 목차를 준비하고 몇 번의 검수를 거쳐야 했다. 마침내 2003년 ‘Times Past in Korea’라는 제목으로 책을 출간했다. 초판은 모두 팔렸다. 이후 출판사가 문고판 형태로 재출간했고 책값이 훨씬 저렴해졌다.

나는 여전히 책을 모은다. 틈날 때마다 찾는 서점이나 인터넷 사이트에서 옛 한국에 대한 책을 종종 발견할 수 있다. 가능하다면 내가 수집한 서적을 더 공유하고 싶고 한국의 어느 기관에서 맡아 고서를 관리하고 유지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한국에서 극히 일부 대학만이 한국 관련 고서적 컬렉션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안타깝게 느껴진다.

한국인도 역사 여행에 더 큰 관심을

한국인들이 역사에 관심을 갖고 그 자취를 좇아 이처럼 오래된 것을 수집하면 좋겠다. 외국인으로서 이런 책을 읽고 이렇게 소중한 것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이 정말 좋은 기회였다고 생각한다. 한국인들이 나와 비슷한 방법으로 고서에 관심을 갖고 수집을 한다면 의미가 더욱 각별하리라고 확신한다.

마틴 유든 주한 영국대사
마틴 유든 대사는 지난해 2월부터 주한 영국대사로 일하고 있다. 1978∼81년 2등 서기관으로 서울과 첫 인연을 맺은 뒤 1994∼97년 정치 참사관으로 두 번째 서울을 찾았고, 이번이 세 번째 부임이다. 전문 무용가였던 피오나 유든 여사와 서울에서 처음 만나 1980년 결혼했으며 두 아들을 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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