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해 못할 논리로 利敵단체 간부들 풀어준 법원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0월 24일 03시 00분


서울고법 형사10부가 그제 친북 통일운동단체인 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를 이적(利敵)단체로 규정하면서도 핵심간부들을 이해할 수 없는 논리로 풀어줬다. 재판부는 국가보안법 위반혐의로 구속 기소돼 1심에서 실형이 선고된 강진구 최한욱 문경환 곽동기 씨 등 4명에게 집행유예를 붙여줬다. 재판부는 “집행유예로 풀어주는 것이 우리 사회의 민주성과 다양성, 개방성 및 포용력을 외부에 알리는 길이 되고 나아가 남북교류와 협력에도 유익하다”는 판결 이유를 밝혔다.

피고인이 범행을 깊이 반성하고 있거나, 범행동기에 참작할 만한 사유가 있는 경우 형량을 낮춰주는 것은 판사의 재량권에 속한다. 하지만 재판부가 실천연대 간부들에게 집행유예 판결을 하면서 설명한 논리는 선뜻 납득할 수 없다.

이들은 서울 세종로 한복판에서 선군(先軍)정치 찬양행사를 여는가 하면, ‘위대한 장군님’ 김정일에 대한 충성 맹세문을 만들었다. 올해 4월 북의 로켓 발사 때는 경축 메시지도 발표했다. 이 단체의 강령은 반미 민족자주 및 주한미군 철수, 연방제 통일, 민중 민주정부 수립을 선언하고 있다. 주한미군을 몰아내고 친북정부를 세운 뒤 적화통일하자는 주장이다.

재판부는 집행유예 석방이 ‘남북교류협력에 도움이 된다’고 했지만 북을 고무찬양, 동조, 추종하는 행위는 우리 안보를 위협하는 것이다. 안보를 희생시키는 교류협력은 있을 수 없다. 이들의 행위는 우리 사회가 갖는 ‘민주성과 다양성, 개방성, 포용력’을 오히려 해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실천연대의 김복기 씨는 2006년 황장엽 전 북한노동당 비서에게 손도끼가 든 소포를 발송해 지난달 대법원에서 징역 10개월을 확정 받았다. 실천연대의 실체를 짐작할 만하지 않은가.

재판부는 “실천연대가 2006, 2007년에 6000만 원의 정부지원금을 받은 사실 때문에 반국가활동이라는 점을 인식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단체에 정부예산을 지원해 결과적으로 반국가활동을 부추긴 당시 정권의 잘못이 크다. “주체사상 선군사상 등에 대해 생각이 같은 사람들과 토론 학습하고 이에 부수되는 행위를 한 것에 불과하고 공산혁명이나 무장봉기를 기도, 선동한 것도 아니기 때문에 대한민국의 정체성 유지에 심대한 위험을 초래했다고 보이지도 않는다”는 재판부 설명도 안이한 판단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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