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공무원노조의 ‘떼법’에 타협 있을 수 없다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0월 22일 03시 00분


정부는 해직 간부를 노동조합에서 배제하라는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은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에 대해 그제 합법노조 자격을 박탈하고 노조 사무실 회수 등 관련 조치를 취했다. 정부는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강화하기 위해 공무원노조가 해서는 안 되는 행위를 구체적으로 명시하는 방향으로 관련 법규를 개정하기로 했다. 검찰은 올해 7월 시국대회 개최와 관련해 공무원노조 간부 14명을 어제 국가공무원법 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 또는 약식 기소했다.

정부가 공무원노조의 불법행위와 그 가능성에 단호한 자세를 취한 것은 뒤늦은 감이 있지만 당연한 대응이다. 전공노를 비롯한 여러 공무원노조들이 2006년 1월 공무원노조법 시행에 따라 합법화된 이후 저지른 불법 탈법 사례는 부지기수다. 어떤 집단보다도 법과 원칙을 준수해야 할 공무원들이 위법행위를 아무렇지도 않게 저지르고 정부의 시정명령까지 거부하는 것은 국가의 기강을 흔드는 일이다.

공무원노조의 민주노총 가입은 분명 잘못된 선택이다. 민노총은 특정 정파를 지지하면서 정치투쟁을 다반사로 여겨왔다. 이념과 계층을 떠나 모든 국민에게 봉사해야 하고 정치적 중립 의무를 지켜야 할 공무원들이 민노총을 상급단체로 삼는 것은 국민 정서상 용납하기 어렵다. 정부는 법을 개정해서라도 공무원노조가 공무원 직분에 어긋나는 단체에 속하거나 서로 연합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 특히 선거 관련 업무를 맡고 있는 중앙선관위 직원들은 노조 가입 자체를 금지해야 마땅하다.

공무원노조 소속 일부 공무원들은 19일 국회의 충남도 국정감사 때 ‘세종시를 원안대로 추진하라’는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공무원들이 근무시간에 정치성 불법 시위를 벌였는데도 이완구 충남지사는 “도민의 염원을 대변한 것으로 이해해 달라”고 했다. 공무원노조의 일탈이 지금의 상황에까지 이른 데는 그동안 미온적으로 대응해온 지방자치단체장들과 정부의 책임도 크다.

일본 미국 영국 같은 선진국들은 노조의 준법 의식이 비교적 높은 편인데도 공무원의 특수성을 감안해 공무원노조의 정치활동 금지 유형을 법률로 세밀하게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원론적 수준에서만 정치활동을 금지하고 있을 뿐이다. 공무원노조를 내 편으로 만들려는 지난 정부의 정파적 사고, 앞뒤를 재지 못한 미숙한 입법 태도가 오늘의 사태를 잉태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는 이제라도 공무원노조가 안고 있는 모든 문제들을 철저하게 따져 잘못의 소지가 있는 것은 그 싹을 도려내야 한다. 공무원노조의 불법과 ‘떼법’에 대해서는 어떤 양보나 타협도 있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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