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버냉키의 경고 새겨 경제구조 질적 제고를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0월 21일 03시 00분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아시아 국가들이 국제 무역불균형 해소를 위해 내수 진작에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원화는 작년 초부터 올해 3월까지 달러화 대비 40% 평가절하(환율 상승)됐다가 지금은 부분적으로만 회복됐다”고 언급했다. 미국 당국이 중국 위안화뿐 아니라 한국 원화에 대해서도 절상(환율 하락) 압력을 높일 가능성이 엿보인다.

원화가 절상되면 수출기업의 채산성이 나빠진다. 원-달러 환율은 3월 말 달러당 1400원에서 어제 1165.90원까지 하락해 원화가치가 20%가량 평가절상됐다. 미국이 보기엔 미흡할지 몰라도 국내 수출업계는 수지를 맞추기가 버겁다. 대한상공회의소 조사에서 수출제조기업 네 곳 중 한 곳은 환율 하락으로 수출 마진을 내지 못한다고 응답했다. 기술경쟁력이 있는 대기업과 달리 중소 수출업체는 ‘환율 전쟁’을 치를 판이다. 다만, 수출에는 원-엔 환율의 영향이 더 크므로 엔화강세가 지속되면 충격을 덜 수 있다.

우리 경제의 수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은 여러 곳에서 나온다. 지난달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의 수출 의존도가 높은 미국이나 유럽의 경제회복이 더딘 것이 한국경제의 위험요인이라고 봤다. 수출주도형 경기 회복은 뒷심이 약하다. 세계 주요국이 재정에 의존하는 경기 회복을 마무리하고 출구전략을 취하면 한국은 수출수요가 감소해 경기 회복 속도도 줄어들 것이다. 외부 충격에 따른 위기 때마다 ‘덩치에 걸맞게 내수를 키워야 한다’는 말이 나오지만 경제의 체질이 바뀌지 않고 있다.

국제유가가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기준으로 최근 8일간 14% 올라 배럴당 80달러에 육박했다. 원화·국제유가·금리가 ‘3고(高)’ 되면 수출은 물론 경제 전반에 미치는 충격이 적지 않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경기 회복세가 주저앉는 ‘더블딥’이 올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본보 설문조사에서 55개 주요 대기업 중 59%가 내년 이후 더블딥 가능성을 예상했다. 지난달 전국경제인연합회 조사에서는 경제연구소의 전문가 중 3분의 2가 더블딥 전망에 동조했다.

정부는 성장전략을 수정해 침체된 서비스 산업을 키워 내수를 살리는 경제구조 개편을 서둘러야 한다. 관련 서비스 산업이 부실하면 고환율로 일시 감소했던 해외여행과 유학이 환율 하락으로 다시 증가할 것이다. 정부의 규제완화와 업계의 경쟁만이 산업을 더욱 키워 일자리를 늘리고 의료관광처럼 해외 수요를 국내로 유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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