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김성한]전작권 ‘2012 프로젝트’ 가동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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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0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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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게이츠 미국 국방장관이 22일 개최되는 제41차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 참석차 서울로 떠나기에 앞서 브리핑에서 미 국방부 당국자는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에 관한 최종 결정은 2012년의 상황을 놓고 종합적으로 판단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한미 간의 전작권 전환 합의문에 전작권 전환이 이뤄지기 전 (한반도의) 정치적 조건에 대한 지속적인 평가에 따라 결정하도록 규정돼 있다”고 부연했다.

이런 발언은 미 행정부의 ‘단호한’ 방침에 무언가 미묘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추측을 불렀다. 이명박 정부 출범 후 우리 측 전문가들이 “북한 핵문제가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등으로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전작권 전환 시기를 조정해야 하는 게 아니냐”라고 한 데 대해 미 행정부 당국자들은 “북핵 문제는 전작권과 관련이 없으며 전작권 전환은 2012년 4월 17일 예정대로 이뤄질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기 때문이다.

전작권 전환 문제는 능력(capability)과 조건(condition)의 문제로 나뉜다. 예정된 시점까지 한국군이 독자적으로 전작권을 행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는지, 한반도의 전반적인 정치적 조건이 무르익었는지를 판단해야 한다. 전작권 단독 행사 능력을 키우기 위해 우리 정부는 상당한 재원을 투자하는 중이다. 문제는 북핵 문제가 2012년 전환 시점까지 해결되어 정치적 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을지다.

한국의 선택지는 세 가지다. 첫째, 경제적 상황이나 북핵 문제를 비롯한 제반 여건이 여의치 않으니 전작권 전환 문제를 조속히 재검토(revisit)하여 한미연합사 체제를 유지하도록 하는 방안이다. 둘째, 능력을 갖추기 위해 최선을 다하되 북핵 문제와 직접적으로 연관시키지 않고 예정된 시점에 전작권을 전환하는 것이다. 셋째, 능력을 갖춰나가고 2012년까지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되 능력과 조건이 충족되지 않을 경우 전작권 전환 시기를 조정하는 것이다.

첫 번째 방안은 능력과 조건이 성숙될 가능성이 희박함을 솔직히 인정하고 대안을 강구하는 이점이 있으나 미국에 레버리지(협상우위)를 주게 되어 한미연합사 체제 유지에 대한 대가를 미국이 한국에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전작권 문제와 아프가니스탄 파병, 미사일 방어, 주한미군 규모의 문제가 혼재되어 소모적 형태의 밀고 당기기를 재연할 경우 어렵사리 회복한 한미 간의 신뢰마저 손상될 가능성이 있다. 둘째 방안은 미국에 불필요한 레버리지를 주지 않는 장점이 있으나 국방비 증액에도 불구하고 북핵 문제가 악화된 상태에서 전작권 전환이 이뤄질 경우 북한에 그릇된 메시지를 주는 단점이 있다. 한국 내에서 핵 보유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질 것이다.

셋째 방안은 ‘2012 프로젝트’로 부를 수 있다. 어떻게 운용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으므로 충분히 시도해봄 직한 방안이다. ‘국방개혁 2020’을 중장기 전략에 맞게 수정한 후 효율성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추진한다면 국방비를 대폭 증액하지 않아도 2012년 전작권 전환에 필요한 능력을 갖출 수 있다. 북핵 문제 역시 “김정일 정권이 존속하는 한 해결이 힘들다”는 식의 소극적인 사고를 버리고 우리 정부가 앞장서서 대화와 압박의 청사진을 제시하고 남북관계와 대외관계를 주도해 나간다면 해결되지 말라는 법도 없다. 최선을 다했음에도 불구하고 2012년 전작권 전환을 6개월 정도 앞둔 시점에 한미 양국 정상이 만나 한국의 능력과 한반도의 정치적 조건이 여의치 않다고 판단한다면 상호 합의하에 전환 시기를 조정하면 된다.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 국제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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