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방장관 10시간 불러 놓고 토막 질문 2개 한 국회

  • 입력 2009년 9월 25일 02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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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김태영 신임 국방부장관의 취임 일정을 무시하고 국회 출석을 강요하는 바람에 국방부와 김 장관, 그리고 주한 외교사절이 혼란을 겪었다. 김 장관은 그제 오전 10시 대장 전역 및 합참의장 이임식을 하고, 오후 2시 국방장관 취임식에 참석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예결특위가 같은 날 오전 10시 국회에 나오라고 요구해 두 행사를 오전 8시, 9시로 앞당겨야 했다. 차관의 대리 출석 요청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주한미군 장성과 40여 명의 주한 외국대사관 무관(武官) 등 초청 인사들은 갑작스러운 시간 변경에 허겁지겁 달려와야 했다. 외교상 결례였다.

국회 영상회의록을 보면 예결특위는 그제 오전 10시부터 오후 11시 38분까지 두 차례 정회를 제외하고 약 10시간 동안 진행됐다. 김 장관에 대한 질의는 두 차례 있었다. 민주당 김영록 의원이 “18일 회의에 차관이 참석해 ‘장관(이상희 전 장관)은 식사가 안 끝나서 참석 못했다’고 했는데 말이 되나. 차관에게 주의를 주라”고 하자 김 장관은 “잘 알겠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차명진 의원이 “부자 감세의 내용을 아느냐”고 묻자 김 장관은 “세부적인 것은 파악하지 못했다”고 답변했다. 민주당 이윤석 의원의 “대북 쌀 지원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의에는 “국가적 차원에서 재검토해야 할 사안”이라고 밝혔다.

국방장관을 불러내 10시간 동안 앉혀 놓은 이유가 고작 이것이란 말인가. 차관이 대신 나왔더라도 별 무리가 없었다. 이윤석 의원은 함께 불려나온 정정길 대통령실장에게 “언제까지 여기 앉아있을 것이냐”고 다그쳤다. 정 실장은 “최대한 오래 있겠다”고 대답했다. 정 실장은 이명박 대통령의 유엔총회 참석 기간에 더욱 긴장해 청와대를 지켜야 할 사람이다. 그가 꼭 답변해야 할 사안은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관련 정도였다. 이날 예결특위에는 17명의 국무위원 중 13명이 나왔다.

국회가 각부 장관을 불러다 놓고 과연 국민을 위해 얼마나 생산적인 일을 했는지 자문(自問)해 보기 바란다. 장관들이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에 출석해 성실한 답변을 하는 일은 중요한 직무이다. 하지만 국회가 경중(輕重)을 고려해 보다 중요한 현안이 있을 경우엔 차관 출석을 양해하는 융통성을 보일 필요가 있다. 예산결산심의권이나 국정감사권으로 위협하며 장관 출석을 강요해 10시간 동안 하나마나한 토막 질문 2개를 하는 것은 국회의 횡포이고 구태(舊態)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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