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지능화한 병역비리, 구멍 뚫린 병무행정

  • 입력 2009년 9월 21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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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진단서의 환자 이름을 바꾸거나 멀쩡한 몸을 수술해 현역 입영을 기피한 병역비리 사범이 경찰에 대규모로 적발됐다. 인터넷 공간에서는 병역기피 수법이 확산되고 있다. 브로커-인터넷-의사의 병역비리 삼각관계는 수사관들조차 혀를 내두를 정도다. 반면에 병무청의 신체검사와 등급판정 시스템은 허술하기 짝이 없어 병역 기피를 제대로 잡아내지 못하는 실정이다.

서울 경기지역의 경우 수사 대상자가 연예인과 가수 운동선수를 포함해 300여 명에 이른다. 이번에 적발된 사람들은 브로커에게 적게는 수백만 원에서 많게는 1000만 원 이상을 주고 심부전증 환자로 둔갑하는가 하면 어깨 관절을 수술로 망가뜨려 병역면제나 입영 연기 또는 공익근무요원 판정을 받았다. 일반병원 의사들이 허위 진단과 수술을 해주면 병무청 소속 군의관들은 별도의 신체검사 없이 등급판정을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의사 및 군의관들의 공모 여부에 대해서도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

수사 대상자 가운데 서울 거주자의 약 60%가 강남 서초 송파구 등 강남지역 사람들이고 부유층이 대부분이다. 이러니 ‘무전(無錢) 현역, 유전(有錢) 면제’라는 말이 나올 만하다. 더욱이 어깨 탈구 수술의 경우 수술비 200여만 원 중 150여만 원은 의료보험 혜택까지 받을 수 있다니 기가 막힌다. 병역기피자들이 탈법적인 수술을 위해 의료보험 재원까지 축내고 있는 것이다. 특히 연예인이나 가수, 운동선수 중에 병역기피자가 많은 것은 연예기획사의 영향이 크다고 한다. 돈벌이에 계속 이용하려는 욕심이 탈법을 조장하고 있다.

병역기피를 공공연하게 부추기는 인터넷 사이트들이 방치되다시피 하고 있다. 일부 브로커는 인터넷에서 상담과 정보제공을 통해 희망자를 모집하고, 거짓 진단서 발급과 자해(自害)수술을 알선했다. 인터넷 공간이 병역기피의 소굴로 활용된다면 국가안보에도 해롭고 성실하게 병역의무를 이행하는 현역 군인들의 사기를 떨어뜨리기 쉽다. 당국이 각종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병역비리는 오히려 더 기승을 부린다. 지능화한 병역비리가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병무행정의 구멍을 없애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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