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정안]신종플루TF 꾸려 훈련하는 홍콩지하철

  • 입력 2009년 9월 12일 02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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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인플루엔자 공포로 각종 행사가 취소되는 등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공간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출퇴근길 사람들이 집중적으로 몰리는 대중교통수단 이용까지 피할 수는 없는 일, 대표적인 게 지하철이다. 공공시설에서 발생하는 유행 바이러스 전파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마침 서울메트로나 도시철도공사에 해당하는 ‘홍콩MTR(Hong Kong MTR Co)’를 컨설팅하고 있는 ‘인터내셔널 SOS’의 무이 후엔 탠 아시아지역 총괄사장이 방한했다는 소식을 듣고 만났다. 이 회사는 전염병 테러 긴급구조상황 등의 의료위기를 주로 다루는 글로벌 컨설팅 업체다.

탠 사장은 “홍콩은 2003년 도시 전체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던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을 경험했기 때문인지 만반의 대비를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당시 홍콩은 사스로 무려 298명의 시민이 목숨을 잃었고 대표산업인 관광이 타격을 받아 성장률까지 마이너스로 떨어졌다.

홍콩MTR는 올해 초 신종 플루 전담반을 꾸렸다. 비상상황이 발생하더라도 지하철이 끊겨서는 안 된다는 것을 목표로 각종 시나리오를 짜 놓았다. 직원들이 감염되었을 경우 비상연락망, 대체인력 투입 준비도 해놓았다.

무엇보다 신선하게 들렸던 것은 반관반민의 홍콩MTR가 인터내셔널 SOS 같은 컨설팅업체에까지 용역을 주고 있다는 점. 이 회사는 의사들이 홍콩MTR 직원들에게 신종 플루 교육을 하도록 했으며 실시간 시간대별 전염상황도 제공하고 있다. 전염 정도에 따라 홍콩MTR가 입을 타격을 계산한 정량분석도 해 놓았다. 탠 사장은 “6000여 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하루 평균 300만 명이 이용하는 홍콩 지하철의 위기대응은 신종 플루에 대처하는 공공시설 매뉴얼의 전형이라 할 만하다”고 소개했다.

우리도 준비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루 400여만 명이 이용하는 서울메트로(1∼4호선)의 경우 신도림역과 사당역 등 혼잡한 30개 역사 승강장에 분무식 손소독기를 2대씩 설치했고 지하공간 청소와 소독 횟수도 늘렸다. 서울도시철도공사(5∼8호선)도 평소보다 잦은 소독을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그게 다였다. 좀 더 종합적이고 구체적인 대응책은 마련하지 못하고 있었다.

지나친 공포도 문제지만 만반의 대비를 하고 있는 홍콩의 사례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철저한 준비만이 불행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김정안 산업부 j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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