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호된 대가 치르고 민노총 손아귀 벗어난 쌍용차 노조

  • 입력 2009년 9월 9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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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자동차 노조가 어제 투표 참여 조합원 73.1%의 찬성으로 민주노총을 탈퇴하기로 결정했다. 반대한 조합원은 9.9%인 264명에 불과했다. 쌍용차 노조는 상급 단체 없이 기업노조로 전환해 국내 완성차 회사로는 처음으로 독립 노조의 길을 걷게 된다.

민노총 금속노조 산하인 쌍용차 노조는 민노총과 금속노조의 지휘를 받아 회사 측의 구조조정에 반대해 평택공장에서 무려 77일 동안 불법 점거 농성을 벌였다. 뒤늦게 회사 측과 합의하고 농성을 풀었지만 장기 불법 파업으로 인한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나 회사는 만신창이가 됐다. 호된 대가를 치르고서야 민노총의 손아귀에서 빠져나온 것이다.

민노총과 민주노동당은 쌍용차 노조가 강경 투쟁을 계속하면 정부와 회사가 결국 노조의 요구를 들어줄 것이라고 꾀었으나 결과는 그 반대였다. 노조가 진작 회사 측과 협상 테이블에 앉아 구조조정 방안을 타협한 미국 GM은 벌써 구조조정의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해 회사를 떠난 근로자들을 다시 채용하고 있다. 쌍용차 노사도 미국 GM과 같은 길을 걸었으면 노사 모두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지나친 정치투쟁과 내부 정파 싸움에만 골몰하고 법치(法治)를 헌신짝처럼 여기는 민노총의 행태에 염증을 느끼는 단위 노조가 늘어나고 있다. 국내 최대 통신업체로 3만여 명의 조합원을 거느린 KT 노조를 비롯해 올 들어 14곳의 민간 및 공공노조가 잇달아 민노총을 탈퇴했다.

일찍이 민노총을 탈퇴한 현대중공업 코오롱 GS칼텍스 같은 노조는 노사 상생(相生)의 모델을 만들어가고 있다. 그런가 하면 노조가 민노총에 새로 가입한 미국의 산업 부품업체 쓰리엠(3M)은 민노총에 가입한 지 석 달 만에 전면 파업에 들어가 한국 공장의 생산 규모 확대를 추진하던 미국 본사는 한때 투자를 재검토하기도 했다. 쓰리엠은 지금 정상화됐지만 사태가 악화됐더라면 일자리가 통째로 날아가는 위기를 맞을 수도 있었다. 민노총은 단위조합의 탈퇴 도미노를 막기 위해 탈퇴하려는 단위 노조를 협박하고 탈퇴 투표를 못하도록 훼방을 놓았다.

근로자들도 민노총의 실체를 정확히 알아야 한다. 민노총은 겉으로는 ‘민주’라는 이름으로 위장했지만 그 행태는 민주와는 거리가 멀다. 민노총은 근로자의 복지와 아무런 관계가 없는 광우병 촛불 시위를 사실상 주도했다. 폭력 투쟁으로 사회변혁 운동에 몰두하는 민노총에 휘둘려 노사가 함께 피해를 당하는 ‘제2의 쌍용차’가 더는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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