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포커스/니컬러스 크리스토프]프놈펜의 性노예 소녀들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월 16일 02시 58분



성매매를 ‘노예제도’로 표현하는 것에 대해 지나친 과장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캄보디아 프놈펜의 10대 소녀 롱 프로스의 일그러진 얼굴을 봐야 한다.

왼쪽에서 본 프로스는 예쁜 미소를 지닌 평범한 소녀다. 하지만 오른쪽으로 시선을 돌리면 당신은 눈이 없는 그녀의 오른쪽 얼굴을 볼 수 있다. 포주가 그녀의 눈을 파낸 것이다.

당신이 이 글을 읽어 내려가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그녀가 과거의 고통스러운 굴욕을 다시 떠올리는 것은 더 힘든 일이었다. 그럼에도 그녀는 내 칼럼을 위한 비디오 촬영에 응해 주었다. 인신매매가 얼마나 끔찍한 것인지 알리기 위해.

프로스가 납치돼 프놈펜의 창녀촌으로 끌려온 것은 첫 생리가 시작되기도 전인 13세 때였다. 여자 포주는 기절할 때까지 그녀를 때렸고, 전기막대로 고문했다. 그녀는 ‘손님’을 받을 때 외에는 두 손이 뒤로 묶인 채 갇혀 있어야 했다.

처녀는 더 많은 돈을 받을 수 있다는 이유로 포주들은 그녀에게 네 차례나 처녀막 재생 수술을 시켰다. 구타는 매일 이어졌다.

그녀는 “매일, 어떤 때는 하루에 두세 번씩 맞았다”고 말했다. 전기 쇼크 고문을 하루에 두 차례 받은 적도 있다고 했다.

강제매춘 사업모델은 파키스탄에서 베트남까지, 때로는 미국에서도 놀라울 정도로 비슷하다. 포주들은 폭력과 마약 등으로 소녀들의 자존감을 무너뜨리고 결국은 복종하도록 만든다. 프로스와 함께 일하던 한 소녀는 도망치려고 했다가 포주에게 맞아 죽었다.

물론 자발적으로 성매매를 하는 여성도 많다. 하지만 강제로 성노예가 된 여성도 많다.

외국인이나 어린 소녀는 이런 위험에 더 취약하다. 태국 창녀촌에는 자발적으로 성매매를 하는 태국 여성들이 있지만, 미얀마나 캄보디아 출신 소녀들은 감금생활을 한다. 처음에 인신매매로 끌려왔다가 나중에는 체념해 자유를 얻더라도 떠나지 못하기도 한다.

프로스는 일한 대가로 한 푼의 돈도 받지 못했다. 콘돔 사용도 못했다(그녀는 아직 에이즈 검사도 받지 못했다. 지금처럼 심리적으로 불안한 상황에서 그 결과를 감당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녀는 두 번이나 조잡한 임신 중절수술을 받아야 했다. 두 번째 수술을 받은 뒤 프로스는 고통스러워서 포주에게 쉬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포주의 발에 매달려 애원했어요. 좀 쉬게 해달라고. 그녀는 화가 나서 날뛰더군요.”

여자 포주가 쇳조각으로 프로스의 오른쪽 눈을 파낸 것은 그때였다. 여기까지 이야기했을 때 프로스는 결국 울음을 터뜨렸다. 인터뷰를 계속할 수가 없었다.

프로스의 오른쪽 눈은 감염됐고 흉측하게 변했다. 포주는 결국 그녀를 내다 버렸다. 이후 그녀는 소말리 맘이라는 캄보디아의 성노예 폐지 운동가에게 구조됐다. 소말리 맘 재단은 현재 프로스에게 인공 눈 수술을 해주기 위해 노력 중이다.

버락 오바마의 미국 대통령 당선은 (흑인) 노예제를 넘어선 승리라는 의미를 갖는다. 오바마 행정부는 인신매매에 맞서 싸울 새로운 수단을 확보해야 한다. 최근 의회를 통과한 윌버포스(Wilberforce)법이 바로 그것이다. 이 법은 미국이 성노예제에 눈감은 나라들에 대해 경제 제재를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오바마 당선인이 ‘노예제는 아직도 남아있다’는 점을 전 세계에 알리고, 21세기의 신종 노예제 폐지 운동을 주도해 나간다면 이는 매우 의미 있는 일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니컬러스 크리스토프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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