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포커스/딜레프 파드가온카르]뭄바이 테러서 배우다

  • 입력 2009년 1월 2일 02시 59분


인도 뭄바이 테러 이후 인도에서는 외부인의 눈으로는 잘 이해되지 않는 ‘불일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볼리우드 유명배우들을 비롯한 엘리트들은 그동안 정치인들을 조롱하는 데 앞장서 왔다. 그럼에도 최근 6개 주에서 실시된 지방의회 선거에서는 유례없이 많은 유권자가 한 표를 행사했다. 선거제도를 불신하는 엘리트 계층과는 달리, 선거제도를 신뢰하고 참여하는 일반인들 간에는 괴리가 심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 그동안 정치인들은 인도에서 ‘동네북’이었다. 끊이지 않는 정치인들의 부패, 그리고 말만 앞세운 공약은 영화, 연극에서 풍자대상으로 전락했다. 정치평론가들은 정치인들의 허물을 폭로하는 데 혈안이 됐다. 정치인들에 대한 비난은 인도 중산층에게는 크리켓과 영화에 이어 ‘제3의 오락거리’가 됐을 정도다.

뭄바이 테러 당시 정치권이 보여준 무기력한 모습은 정치에 대한 적대감을 더욱 키웠다. 언론이 최근 몇 년간 정치권의 부패를 집중 폭로한 것도 정치에 대한 불신을 높였다.

올해 초 제1야당인 바라티야 자나타당(BJP) 소속 의원들은 만모한 싱 총리의 신임투표와 관련해 집권당이 자신들을 뇌물로 매수하려 했다고 공개한 뒤 싱 총리는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다.

게다가 중앙정부와 각 주 정부는 지방에서 수도 없이 발생한 폭동과 폭탄 테러를 막는 데 실패했다.

뭄바이 테러 이후 정치인들에 대한 분노는 이해가 간다. 그러나 저명인사와 기업인, TV 앵커들이 앞 다퉈 ‘세금을 내지 말자’ ‘(테러의 배후로 의심받는) 파키스탄에 폭탄을 던지자’ 식의 선동을 하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다.

물론 이들이 이런 주장을 펴는 것은 인도에 ‘강력하고 제대로 된 정치’가 자리 잡기를 희망하기 때문이다. 깨끗한 정부 관리들과 효율적인 군(軍)은 필요하다. 정치를 정치인들의 손에만 맡겨 놓아서는 안 된다. 그들의 탐욕과 부패, 폐쇄적인 계급의식은 제동을 걸어야 한다.

그런데 정치권에 대한 이런 비판이 단순히 분노에 그쳐서는 안 된다. 앞으로 어떻게 인도의 정치권을 개혁해야 할지, 현 단계에서 어떤 정책이 필요한지 구체적인 사안을 놓고 고민해야 할 때다.

범죄 경력이 있는 후보자들을 선거에서 어떻게 솎아낼 것인지, 경찰과 정보기관이 좀 더 유기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선 무엇을 보완해야 하는지, 테러리즘으로부터 시민들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를 질문해야 한다. 그런데 이런 질문들은 아직 인도사회에서 제대로 공론화조차 되지 않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최근 6개 주에서 인도의 일반 대중이 보여준 높은 투표율은 주목할 만하다. 높은 투표율은 인도에 민주주의가 살아있음을 보여줬다.

또 뭄바이 테러를 이용해 네거티브 전략을 취했던 BJP가 오히려 텃밭인 라자스탄 주(州)에서 패한 것은 인도인들이 ‘선거전략’에 좌우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줬다. 인도 유권자들은 국민 간 갈등을 조장하는 종교나 이념보다는 구체적으로 지역 개발에 앞장설 수 있는 후보들을 지지해줬다.

5월 총선을 앞두고 있는 인도 정치권은 이번 선거의 교훈을 새겨야 한다. 정치인들은 공약이 아니라 그들이 이룬 업적과 행동으로 평가받으며, ‘말’보다는 국가 안보와 민생을 해결해내는 능력으로 평가받는다는 것, 이것이 비극적인 뭄바이 테러가 주는 교훈이다.

딜레프 파드가온카르 타임스오브인디아 전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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