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연료 재활용 국제사회 인정받겠다”

  • 입력 2007년 12월 12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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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취임 양명승 한국원자력연구원장

올 한 해 한국 원자력연구계는 천당과 지옥, 모두를 맛봤다. 국산 원전 기술의 잇따른 해외 진출 소식에도 불구하고 5월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 발생한 우라늄 시료 분실 사고는 모처럼 탄력을 받던 한국의 원자력 연구에 찬물을 끼얹었다.

문제의 핵심에 있던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사고 이후 큰 홍역을 치렀다. 관리 소홀 책임을 물어 담당 연구원은 물론 연구원장이 잇따라 물러났다. 박창규 전 원장의 뒤를 이어 양명승(사진) 신임 한국원자력연구원장이 지난달 28일 취임했다.

양 원장은 “임기 중 쓰다 남은 사용 후 핵연료의 재활용 문제를 핵 선진국을 포함한 국제 사회에서 꼭 인정받겠다”고 말했다.

―사고 후 연구원 분위기는….

“먼저 국민께 면목이 없다. 일어나서는 안 될 사고였다. 사고가 난 뒤 재발 방지를 위해 연구실에서 사용하는 핵물질에 위치 추적 바코드 시스템을 부착했다. 바코드에는 핵물질이 어디서 왔고 어디에서 사용됐는지 이력 정보가 들어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번 사고는 기술적인 부분보다 부실한 관리 시스템 때문에 일어난 문제라고 생각한다.”

―예정된 사고였다는 건가.

“그렇지는 않다. 그러나 미국이나 일본에서도 한 해 수십∼수백 kg이 분실되고 있다. 심각한 문제는 잃어버린 시료가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 대상이었다는 점이다. 내년 1월 연구원 조직 개편 때 핵물질 관리를 전담하는 조직을 신설하려고 한다. 또 연구원의 도덕적 해이를 줄이는 방안을 마련 중이다. 그러나 연구원들 스스로 안전 불감증과 책임을 회피하려는 태도를 바꾸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한다.”

―최근 한국은 ‘원자력 르네상스 시대’를 맞고 있다고 할 만큼 해외와 협력이 활발하다. 20년간 압축 성장한 한국의 원전 기술을 배우기 위해 튀니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개발도상국이 발 벗고 나서고 있는데….

“원전 기술은 자립화 직전까지 왔다. 1980년대부터 끌어온 국산화 연구가 이뤄 낸 성과다. 2000년부터는 우리에게 원전기술을 전수한 미국과 4세대 원전을 함께 개발하고 있다. 미국도 우리를 파트너로 의식하고 있다.”

―아직까지 충분한 연구가 이뤄지지 않은 분야는 뭔가.

“흔히 핵폭탄 제조에 활용되는 핵연료 재처리와 혼동하는 사용 후 핵연료의 재활용 분야다. 원자력 기술이 앞서 있고 원전을 많이 보유한 나라들은 대부분 한 번 원자로에서 사용한 핵연료를 재활용하고 있다. 한국은 핵폭탄 제조와 상관없는 투명한 재활용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 각 원전에 쌓여 있는 약 8000t의 사용 후 핵연료 처리 문제를 해결하려면 사용 후 핵연료는 반드시 재활용돼야 한다.”

―5월 분실 사고처럼 원자력 관련 사고만 나면 시민 환경단체와 언론의 도마에 오른다. 어떻게 생각하나.

“오랜 경험상 원자력 정책 집행에서 시민 환경단체와 언론의 역할은 대단히 중요하다. 지금까지 한국원자력연구계는 전문성을 내세워 다른 의견에 귀 기울이는 데 소홀했던 점이 없지 않다. 그래서 더더욱 견제와 감시가 필요한 것이다. 문제는 정확한 정보를 근거로 해야 한다는 점이다. 간혹 잘못된 정보로 엉뚱한 주장을 내세우는 경우가 없지 않다. 이들 단체가 요구한다면 연구원 차원에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할 용의가 있다. 원자력 연구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필요도 있다.”

―새로운 패러다임이 뭔가.

“원자력을 이용한 전력 생산기술은 이제 거의 한계치에 다다랐다. 연구원의 임무도 좀 더 넓은 삶의 질 개선 쪽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생각한다. 전북 정읍시 방사선과학연구소는 지역의 농업기술, 산업과 잘 연결된 대표적인 사례다. 식품과 의약품, 로봇 등 원자력 연구에서 산업으로 보급된 기술이 많다. 이제 방사선이 위험한 대상이 아니라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기술이라는 점을 중점적으로 부각시키겠다.”

박근태 동아사이언스 기자 kunt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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