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서울대 제2전공, ‘다면 인재’ 육성 발판 되기를

  • 입력 2007년 6월 20일 2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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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가 내년도 신입생부터 원래 전공 말고 다른 전공과목을 하나 더 이수하도록 하는 제2전공제를 시행한다. 서울대는 그간 실시하던 복수전공 외에 연계전공, 학생설계전공, 심화전공을 병행함으로써 제2전공을 양적 질적으로 확대한다.

새 학사 정책은 학생의 전공 선택권 확대와 학문 영역 간 연구 활성화를 통해 창의적이고 다면적인 지식과 능력을 갖춘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것이다. 학문 간 융합과 지식의 대통합을 뜻하는 통섭(統攝)의 시대에 부응하기 위한 노력이기도 하다. 문과생에게도 기초과학과 첨단기술에 대한 이해(理解)가 필요하고 이과생도 역사의식, 인간심리, 디자인 감각을 갖추면 응용력이 뛰어난 인재가 될 수 있다. 21세기 변화무쌍한 세계는 단일전공의 지식뿐 아니라 리더십, 적응 능력, 의사소통 능력 등을 두루 갖춘 인재를 원한다.

서울대 경영대가 다른 단과대 학생들에게 복수전공의 문호를 대폭 개방하기로 한 것은 특히 환영받을 결정이다. 경영대는 정원의 40%가량만 뽑았던 복수전공 학생을 정원의 100%로 늘린다. 서울대 출신이라는 ‘간판’만으로 통하던 시대는 지났다는 현실적 이유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어떤 전공을 공부하든 자유시장에서 살아가면서 경영 마인드를 갖추라는 뜻이 더 강하다.

복수전공은 선진국 대학에선 일반화돼 있다. 미국의 많은 대학생은 적어도 2개, 많으면 4개까지 전공을 이수해 졸업한다. 전문적인 연구나 직업교육은 대학원 몫이다. 하버드대가 올해 교양과정을 개편하면서 문과와 이과를 넘나드는 커리큘럼을 개발한 것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복수전공제는 학생에겐 기회이지만 대학과 교수들에겐 도전이다. 전공 분야에 안주하지 말고 폭넓은 연구와 학생지도에 분발하라는 메시지다. 서울대는 새로운 제도를 잘 정착시켜 그 효과가 국가사회 및 학생 개개인에게 두루 미치도록 해 주기 바란다.

지금 서울대는 입시의 내신반영 비율을 둘러싸고 교육당국의 재정지원 축소 압력에 시달리고 있다. 미래 한국을 이끌고 갈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서는 세계 선진교육의 대세를 거역하는 정치권력에 굴복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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