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조용우]‘검찰 통제’도 시대정신인가

  • 입력 2005년 10월 19일 03시 00분


코멘트
“참으로 검사로서 한세상 살아가기 어려운 시절입니다.”

지친 모습을 한 서울중앙지검의 한 검사가 17일 김종빈(金鍾彬) 검찰총장의 퇴임식을 지켜보면서 넋두리처럼 내던진 말이다.

이날은 천정배(千正培)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에 따른 파문으로 일선 검사들의 움직임에 국민적 시선이 집중된 상황이었다.

청와대가 16일 김 총장의 사표를 수리하면서 검찰을 강하게 비판하자 이해찬(李海瓚) 국무총리 등 여권 인사들은 앞 다퉈 검찰 비판 대열에 합류했다. 시민단체도 가세했다.

천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은 검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라는 이름으로 포장됐고, 이 단어는 하루 만에 여권 인사들 사이에서 유행어가 됐다.

여권은 검찰을 향해 “시대정신을 존중하라”고까지 했다. 하지만 시대에 ‘뒤떨어진’ 검사들은 오히려 차분했다. 거센 반발을 기대했던 이들에겐 다소 실망스러웠을지도 모른다.

한 젊은 검사는 “우리가 한두 번 당한 것도 아닌데 또 말려들어 당할 순 없지 않은가”라고 말했다.

검찰이 권력기관인 건 사실이다. 힘없는 국민에겐 검찰이 ‘무소불위’의 기관으로 보일 수 있다. 김 총장 사퇴 이후 한 젊은 검사가 검찰을 지휘하는 장관에게 대놓고 “사퇴하라”고 한 것도 적절치 못했다는 지적이 많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검찰은 정말 통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을 듯하다.

그러나 정치권력이 검찰을 ‘통제’하겠다고 나서는 게 타당한지는 의문이다.

국민의 인권의식 향상과 검찰 자체 개혁 등을 통해 검찰이 과거와 많이 달라진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법원과 여론의 견제와 감시로 ‘옛날’의 검찰 모습을 찾기가 쉽지 않다. 아직 미흡하지만 스스로 변화하려는 모습도 여기저기서 발견된다. 그 변화는 아직 진행 중이다. 정치권력과 검찰권이 충돌한 이번 사태는 그런 점에서 과도기적 사건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청와대와 여권이 주장하는 ‘민주적 통제’가 과연 ‘절대선’인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많다. 법을 집행하는 기관에 법은 그대로 둔 채 ‘시대정신’을 강요하는 것도 무리인 것 같다.

한 검사는 “여권이 검찰을 오로지 개혁이나 타도의 대상처럼 몰아붙이는데 무슨 말을 하겠느냐”라고 말했다.

조용우 사회부 woogij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