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박중현]“한국경제 희망이 보입니다”

  • 입력 2005년 4월 5일 18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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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학교에서는 이런 시장경제 교육을 제대로 하지 않는지 모르겠어요.”

동아일보와 대한상공회의소가 2월 중순부터 매주 토요일 여는 ‘청소년을 위한 시장경제 강좌’에 빠짐없이 참석한 40대 초반 주부의 얘기다.

이 주부는 매번 맨 앞줄에 앉아 강사들의 얘기를 꼼꼼히 받아 적는다. 학원에 간 중학생 아들을 대신해 강의를 듣고 나중에 상세히 설명해 주기 위해서다.

시장경제 강좌에 참석한 학부모들은 대부분 중고교의 경제교육에 아쉬움이 많은 듯했다.

2일 고등학생 아들을 데리고 강좌를 찾은 한 대기업의 부장은 “학교에서는 기업에 대해 주로 문제점만 가르치는 것 같다”면서 “아빠가 경제를 위해 어떤 일을 하는지 알려주고 싶어 참석했다”고 말했다.

7회가 진행되는 동안 이 강의에는 3000여 명(누계)이 참석했다. 강의 내용이 실린 동아닷컴(www.donga.com) 홈페이지에는 3만5000여 명이 접속했다. 학교의 척박한 경제교육 현실이 이런 높은 관심으로 이어진 것 같다.

하지만 새로운 가능성도 엿볼 수 있었다.

송병락(宋丙洛) 서울대 명예교수 등 강사로 나선 경제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학생들이 강의 내용을 ‘스펀지’처럼 흡수하더라”며 감탄했다. “청소년들의 진지한 눈빛에서 한국경제의 미래에 대한 믿음을 되찾았다”는 말도 나왔다.

몇몇 중고교 교사들은 동아일보에 전화를 걸어 “수업시간에 강의를 보여주고 싶은데 강의 내용이 담긴 비디오테이프를 제작해 판매하지는 않느냐”고 물어오기도 했다.

국토가 좁고 자원도 부족한 한국 경제의 최대 경쟁력은 ‘사람’이다. ‘한강의 기적’을 가능케 한 것도 부지런하고 진취적인 국민과 기업, 이를 이끌어낸 리더십이었다.

선진국으로 도약하려면 무엇보다도 시장경제의 작동 원리를 제대로 알고 ‘시장의 경쟁’에 적극 뛰어드는 개인과 기업이 많아져야 한다.

시장경제 강좌는 5월 초까지 앞으로 다섯 번 더 열린다. 더 많은 학생과 학부모들이 이 강좌를 통해 시장경제에 대한 안목을 키우고 각자 자신의 위치에서 우리 경제의 업그레이드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

박중현 경제부 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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