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살아보니]브랜든 카/외국기업 차별않는 法제도를

  • 입력 2003년 3월 14일 20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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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는 더 이상 독자적으로 존재할 수 없다. 한국 경제는 이미 세계 경제 체제 속으로 깊이 들어와 있다. 한국 경제를 위해서도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한국 정부도 이를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국가 신인도 등급에 한국 정부가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도 이런 까닭에서일 것이다. 그러나 외국인 투자는 구호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먼저 외국인들이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어야 한다.

환경 조성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한국의 법 제도이다. 외국인이 마음놓고 투자할 수 있는 법 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와 동등하게 중요한 것은 이를 공정하게 시행하는 것이다. 즉, 공정한 법 집행을 보장하는 법치주의(Rule of Law)가 이루어져야 한다.

최근 한 외국 기업이 해당 감독기관으로부터 감사를 받았다. 예정에 없이 이루어진 감사였기에 그 기업으로서는 매우 당혹스러웠다. 불시에 행해진 감사를 놓고 외국인 커뮤니티에서는 감사의 배후에 경쟁관계에 있는 한국 기업이 있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한국 기업이 감독기관을 움직여 조사를 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비록 구체적 증거가 없는 소문에 불과했지만 한국에 투자한 외국인들이 이를 진지하게 받아들인 까닭은 외국 기업이 한국 기업과는 다른 대우를 받고 있다는 인식 때문이다.

외국 기업이 한국 기업과 다른 대우를 받는다는 것은 사실이다. 외국인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제정된 법에서 외국인 투자 기업을 따로 규율하고 있다. 하지만 외국 투자자들은 특별한 대우를 요청하지 않는다. 이 법에 외국 투자자를 우대하는 내용이 들어 있다고 해도 우대받기를 원하지 않는다. 한국에서 기업활동을 하는 한 외국 기업과 국내 기업의 차별 없이 동등한 대우를 보장하는 법을 원하는 것이다. 외국 기업과 국내 기업 모두가 차등 없이 기업 활동을 잘 할 수 있도록 법을 마련해주면 된다. 외국인들이 투자할 수 있는 법과 시스템이 마련되면 우대조건 없어도 투자는 이루어진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으로 법의 공정한 집행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일부 외국 투자자들이 한국의 법 제도와 그 집행 관행에 대해 갖고 있는 인식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한국 정부가 증명해 보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외국 투자자들의 잘못된 의혹은 여전히 남아 있을 것이고, 이는 외국인의 한국 투자를 가로막는 장애요인이 될 수 있다.

만인은 법 앞에 평등하다. 같은 법 아래에서 부자이기 때문에, 재벌이기 때문에, 외국인이기 때문에 불이익이나 이익을 받는다면 이는 공정한 법 집행이 되었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최초의 법률가 출신 대통령을 선출한 한국에서 이제 법치주의가 확고히 자리잡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브랜든 카 ▼

1969년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에서 태어나 메릴랜드주립대에서 행정학을 전공한 뒤 워싱턴주립대 로스쿨을 마쳤다. 11년 전 한국에 들어와 현재 서울 오로라법률사무소에서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아내, 두 딸과 함께 살고 있다.

브랜든 카 오로라법률사무소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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