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 꽉 막혀 꼼짝도 않으면 업무처리하기가 편하고, 차가 덜 막히면 빨리 가게 돼 좋고요. 이래저래 출근길 스트레스가 전혀 없어요.”
그가 짜증스러운 교통체증을 반대로 활용하는 ‘역발상의 지혜’로 승용차 안에서 노트북으로 업무처리를 시작한 것은 지난해 3월. 중고차를 처음 산 뒤 길눈이 어두워 지도정보가 내장된 네비게이션 시스템을 장착하면서부터였다. 단순히 작은 모니터만 달지 않고 아예 차 안에서 여러 용도로 쓸 수 있는 소형 노트북을 ‘거금’ 300만원을 들여 구입했다. 여기에다 전용 케이블을 이용해 노트북과 휴대폰을 연결, 인터넷 접속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그는 또 비디오CD를 연결해 영화감상을 하며 MP3를 차량용 오디오와 연결해 고품질의 음악을 즐기기도 한다. 그는 “한 달 전 결혼한 아내가 데이트 시절 ‘차 안의 극장’을 아주 좋아해 뿌듯했다”며 “요즘도 주말에 집안 어른들을 찾아뵙기 위해 경기 의정부와 고양 등을 다니며 차가 막힐 때마다 차 안은 극장으로 변한다”고 말했다.
운전 중에 ‘다른 짓’을 하는 게 불안하진 않을까.
“처음 사용할 때는 괜히 신이 나서 노트북을 너무 오래 들여다보는 바람에 접촉사고가 나서 진땀을 흘린 적도 있었죠.”
그러나 그는 차를 타기 전 노트북을 미리 실행시켜 놓는데다 차 안에서 보는 업무가 웹사이트 조회, E메일 체크, 팩스 보내기 등 단순 작업이므로 위험하지는 않다고 주장한다. 오히려 사무실보다 차 안에서 일을 더 집중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차량이 꾸준히 늘면서 도로 정체가 점점 악화되는 현실에서 이씨처럼 피하기 힘든 교통 정체를 슬기롭게 활용하는 지혜는 더욱 돋보인다. 앞으로 휴대전화와 컴퓨터, 텔레비전 등을 결합한 첨단 장비가 실용화되면 이같은 이색적인 ‘차 안 풍경’은 더 이상 낯설게 보이지 않을 전망이다.
<김경달기자>da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