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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 칼럼/강은교]부러진 팔에게 배우다

    [문화 칼럼/강은교]부러진 팔에게 배우다

    카자흐스탄 아저씨를 잊을 수 없다. 그는 아주 느릿느릿 이북 사투리를 구사했다. 바람과 햇빛에 타서 거의 검붉은, 마치 울퉁불퉁한 산맥처럼 주름살이 깊게 파인 얼굴, 우락부락한, 핏줄이 금방이라도 터질 듯한 마디가 굵은 손. 몽골의 어느 가파른 언덕에서 차를 옮겨 타는 중이었다. 그가…

    • 2010-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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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 칼럼/박현모]드라마보다 더 극적인 숙종시대

    [문화 칼럼/박현모]드라마보다 더 극적인 숙종시대

    드라마 ‘동이’ 때문인지 조선 후기 군주 숙종에 대한 관심이 높다. 숙종이 미행(微行)을 자주 했느냐, 정말로 다정다감한 임금이었느냐는 질문을 받곤 한다. 왕의 궁궐 밖 거둥을 풍부하게 담은 ‘한국구비문학대계’에 숙종의 이야기가 78건이나 실려 있다는 사실을 통해서 볼 때 그는 야행성…

    • 2010-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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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 칼럼/임형주]꽃보다 아름다운 잡초의 ‘무소유’

    [문화 칼럼/임형주]꽃보다 아름다운 잡초의 ‘무소유’

    올해 봄은 다른 해보다 더디게 온 것 같다. 늦겨울의 추위가 기승을 부리던 때에 우리에게 전해진 너무나 놀랍고도 안타까운 소식 때문에 유난히 추웠던 겨울을 지나 따스한 봄을 맞이하는 감회가 무척 새롭다. 말할 수 없이 반갑기도 하다. 어떤 이는 매년 맞이하는 특별할 것 없는 봄이라고 …

    • 2010-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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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 칼럼/정이현]독백이 대화가 되는 경이로움

    [문화 칼럼/정이현]독백이 대화가 되는 경이로움

    컴퓨터로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놀라운 사실을 처음 알게 된 건 대학생 때였다. 1990년대 초반, 하이텔과 천리안 같은 PC통신이 전성기를 누리던 시절이다. 그때의 나는 스무 살 언저리의 나이가 버겁기만 해 어떻게 하면 현실로부터 도망칠 수 있을까 궁리하던 청춘이었다. 학교 강의를 …

    • 2010-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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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 칼럼/권이혁]10년만 지나면 사라지는 기록들

    [문화 칼럼/권이혁]10년만 지나면 사라지는 기록들

    필자가 서울대 의대 학장을 지내던 시절(1970∼76년)의 어느 날 윤일선 명예교수께서 아무런 예고도 없이 찾아오셨다. 선생께서는 필자가 출생한 1923년에 일본 교토(京都)대 의학부를 졸업하고 병리학을 전공한 국내 병리학의 대부이다. 광복 후에 서울대에서 의대학장, 대학원장, 총장을…

    • 2010-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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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 칼럼/문태준]가슴에 시 한 수

    [문화 칼럼/문태준]가슴에 시 한 수

    며칠 전 낭송가들의 모임에서 내게 전화가 왔다. 모임에 와서 시 한 편을 낭독해 달라는 부탁이었다. 분주한 집안일로부터 잠시 손놓고 온 주부, 학생, 직장인이 함께한다고 했다. 내게 할당된 시간은 5분 남짓. 작은 무대에 누구든지 오를 수 있지만 한 편의 시를 낭독하는 시간은 나름대로…

    • 2010-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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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 칼럼/유형종]클래식 공연 보러 어디까지 가세요

    [문화 칼럼/유형종]클래식 공연 보러 어디까지 가세요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 2008년 조사한 ‘문화소비 유형의 인구학적 분포’에 따르면 선호하는 문화활동으로 클래식 음악을 꼽은 응답자는 1.3%에 불과했다. 15개 조사 대상 중에 끝에서 두 번째였다. 물론 여기서 선호한다는 의미는 자기 돈을 들여 공연장을 찾거나 음반을 구입한다는 적극적인…

    • 2010-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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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 칼럼/임동석]인생 60년, 문명 속도는 500년

    [문화 칼럼/임동석]인생 60년, 문명 속도는 500년

    나는 늘 1940년대 후반 태어난 내 나이 또래만 해도 500년을 압축해 살아왔다고 여기곤 했다. 어릴 때 살던 산골 동네에는 문명이란 없었다. 등굣길은 앞산 어스름이 어느 정도 걷혔는지, 닭이 운 지 얼마나 되었는지의 자연현상을 가늠하는 것이 기준이었다. 새해가 될 즈음 구장이 면에…

    • 2010-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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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 칼럼/이주향]하늘 향기로 남은 무소유

    [문화 칼럼/이주향]하늘 향기로 남은 무소유

    법정 스님이 입적했다는 뉴스를 듣는데 후끈한 것이 가슴에서 눈으로 올라와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가슴이 바늘에 찔린 듯 아릿해지면서 쿵쾅쿵쾅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5년 전 길상사에서 우연히 만나 ‘법구경’ 한 권 받은 게 전부였는데, 예상치 못한 반응에 나도 놀랐다. 그 돌연함 속엔 …

    • 2010-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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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 칼럼/노희경]물려줄 유산이 있습니까

    [문화 칼럼/노희경]물려줄 유산이 있습니까

    부모가 자식에게 유산을 남기지 않는다면, 부모가 준 유산을 그 자식이 가꾸고 챙기지 않는다면 그것은 직무유기다. 법적 제재는 없지만 죗값은 받는다. 덜 행복하다. 나는 20대 중반에 집안의 수양딸이면서 친구인 동갑내기와 보증금 300만 원에 월 8만 원짜리 집을 얻어 분가했다. 경제적…

    • 2010-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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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 칼럼/박은경]밴쿠버 방송센터에서 보낸 한 달

    [문화 칼럼/박은경]밴쿠버 방송센터에서 보낸 한 달

    휴∼, 드디어 끝났구나. 밴쿠버 겨울올림픽의 성화가 꺼지자 안도감이 밀려왔다. 긴장이 한꺼번에 풀어지는 느낌이랄까. 막상 밴쿠버를 떠나려니 고통스러운 경험조차도 아련한 추억으로 느껴진다. 밴쿠버의 겨울은 하루 종일 비가 내릴 때가 많다. 겨울올림픽 기간에 1주일 정도는 구름 한 점 …

    • 2010-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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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 칼럼/김병종]화성 한옥에서 누린 느긋한 봄맞이

    겨울의 끝자락에 봄맞이 나들이를 했다. 가는 곳은 화성. 그곳을 세거지로 둔 미래상상연구소의 홍사종 대표가 길라잡이로 나섰고 천적 농업의 기수 이원규 회장이 동행했다. 세계적 규모로 들어선다는 유니버설스튜디오 자리와 국제요트대회가 열리는 전곡항을 둘러본 후

    • 2010-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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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 칼럼/이윤기]천지에 빈 데는 없다

    1920, 30년대는 천재 아니면 수재가 문학 동네를 누비던 시대 아니었을까? 이런 생각을 자주 하던 시절이 내게는 있다. 그 시절의 문학에 경도됐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은 천재나 수재가 문학하는 시대가 아니다. 내가 이런 주장을 공공연히 펼침으로써 문우를 울적하게 만들

    • 2010-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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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 칼럼/구보경]패션미술, 21세기 예술의 매혹적 흐름

    [문화 칼럼/구보경]패션미술, 21세기 예술의 매혹적 흐름

    패션을 통해 드러난 미술적 아름다움, 미술의 영역에서 존재감을 드러낸 패션의 흐름이 심상치 않다. 앙드레 말로가 저서 ‘상상의 미술관’에서 벽이 없는 미술관에 대한 가상 시나리오를 제시한 때가 이미 반세기를 훌쩍 넘었다. 말로는 문화비평적 시각에서 이 미술관에 대해 예술작품을 소장, …

    • 2010-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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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 칼럼/문정희 시인]하얀 추억 ‘러브 스토리’를 보내며

    [문화 칼럼/문정희 시인]하얀 추억 ‘러브 스토리’를 보내며

    사랑은 뜻밖에도 고통의 감각으로 다가든다. 그리고 첫눈처럼 나를 둘러싼 도시와 골목들을 눈부시게 만들고 어느 날 가뭇없이 사라져버린다. 멀리 런던에서 한 작가가 타계했다는 소식은 깊이 잊고 있던 어떤 감정 하나를 생생하게 깨워 놓았다. 고양이처럼 아픈 신음을 내며 일어서는 감정, 그…

    • 2010-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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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 칼럼/유종호]글의 아름다움을 읽는 눈

    [문화 칼럼/유종호]글의 아름다움을 읽는 눈

    대학가에서 유행하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논문 쓰기에 바빠 연구할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연구의 결과물이 논문이니까 모순 되는 소리처럼 들린다. 그러나 알고 보면 그렇지만도 않다. 긴 안목으로 큰 주제를 파고들어 가야 하는데 한 해에 한 편씩 내야 하니까 조그만 주제에 매달려 논문을 쓰…

    • 2010-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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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 칼럼/박형준]‘9회말 투아웃’을 사랑하는 문인들

    지난여름 고향에 갔다가 낙상을 하여 크게 다쳤다. 서울에 와 집 부근 병원에서 진찰을 받아 보니 생각보다 팔목이 심하게 부러져 있었다. 의사는 부러진 팔목에 철심을 박아 넣어야 한다고 말했다. 팔의 부기가 빠진 며칠 후 수술을 했다. 그런데 마취에서 깨어나자마자 내

    • 2010-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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