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사건/단독]“난 100% 집유”…軍경찰, ‘대리수능’ 후임 통화 녹취파일 확보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5월 26일 15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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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100% 집행유예다.”

군대 선임의 부탁으로 지난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 대리 응시한 공군교육사령부 소속 병사 A 씨(20)가 지난달 전역한 선임과 통화한 녹음파일을 군 경찰이 확보했다. 대리 시험을 부탁한 선임 B 씨(20)가 3월 전역 뒤에 복무 때 사용하던 휴대전화를 초기화한 사실도 드러났다.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군 경찰은 최근 A 씨의 휴대전화를 압수해 디지털 포렌식(저장장치 분석)했다. 이 과정에서 A 씨가 지난달 7일경 또 다른 부대 동료와 나눈 통화 녹취 파일을 확보했다. 이 부대 동료는 올해 2월에 전역했는데, A 씨가 1월경 처음으로 대리 수능에 대해 털어놨던 인물로 알려졌다. 당시 수사망이 좁혀오자 이에 대해 논의하는 통화였다고 한다.

동아일보가 입수한 녹취록에 따르면 A 씨는 “어차피 내가 볼 땐 이건 그냥 집행유예다” “감방은 안 갈 것 같고 벌금도 절대 안 나올 것 같다”며 자신의 범행에 대한 처벌 수위를 언급했다. 그는 “베스트는 무죄인데 무죄를 받기엔 내가 자백한 게 있다” “다 했다고 (자백)했으니까 뒤집기도 어렵고 B 씨와 말맞추기도 어렵다”고도 했다.

A 씨는 범행을 자백한 경위도 얘기했다. “처음 잡혀왔을 때 (군 경찰이) ‘녹취록 있고 얘기를 다 들었다’고 해 선임이 자백한 줄 알고 얘기했다”고 했다. 이어 “변호사는 이게 물증이 없으니까 아예 그냥 무죄로 봐도 괜찮을 것 같다고 했다”고도 했다.

파일에는 A 씨가 언론 보도에 촉각을 세우는 대목도 등장한다. 그는 “기사가 나가면 무조건 불리할 것 같다”고 우려했다. 동료에게 “도와주고 싶으면 (군 경찰 조사에서) 부탁한 선임이 ‘나쁜 새끼’라 말해주면 양형에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부탁하기도 했다. 이 부대 동료가 조만간 수사기관에서 참고인 조사를 받게 될 것을 예측한 것으로 보인다. 군 경찰은 A와 B 씨가 소셜미디어에서 주고받은 대화 등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수서경찰서에서 수사를 받고 있는 B 씨는 군 복무 당시 사용했던 휴대전화를 초기화한 사실도 밝혀졌다. 경찰은 지난달 22일 서울 강남에 있는 B 씨의 주거지를 압수수색해 이 휴대전화를 확보했다. 그러나 휴대전화가 이미 초기화돼 관련 자료를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B 씨는 경찰 조사에서 “전역 직후 잠금 패턴을 잊어버려 초기화했다. 범행 내용을 숨기려 한 건 아니다”란 취지로 진술했다고 한다. 경찰은 B 씨가 증거 인멸을 시도했을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

A 씨의 통화파일에 등장한 부대 동료는 최근 참고인 조사에서 “부대에서 A 씨가 ‘입대 전에도 1500만~2000만 원을 줄 테니 대리시험을 봐달라는 제안을 받은 적 있다’고 말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성희 기자 che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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