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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횡설수설

[횡설수설/고미석]대학 신입생 환영회의 성희롱

입력 2015-03-12 03:00업데이트 2015-03-12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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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월 초연된 ‘미스터 쇼’는 19세 이상 여성만 볼 수 있는 공연으로 총 관람객 10만 명을 돌파했다. 우람한 근육질 몸매의 남자들이 관능적 몸짓과 춤으로 여성 관객을 즐겁게 해준 덕이다. ‘미스터 쇼’는 자기 돈 내고 좋아하는 사람들이 찾아가서 보는 야한 공연이다. 남성들도 선정적 쇼를 즐기면서 여성들만 그러지 말라는 법은 없다. 그러나 대학생 신입생 환영회나 동아리 모임에서 성적인 제스처나 대화를 강요당할 때는 사정이 달라진다.

▷최근 서강대 경영대 신입생 환영회에서 남자 선배들이 새내기 여학생들에게 섹시 댄스를 요구한 사실이 드러났다. 지난달 강원 평창에서 열린 오리엔테이션 뒤풀이 행사에서 벌어진 일이다. 학생들이 배치된 방 이름도 에로비디오 제목처럼 ‘아이러브 유방’ ‘작아도 만져방’ 등으로 낯 뜨겁게 붙였다. ‘여자 신입생은 골반을 흔드는 등 걸그룹의 섹시한 춤을 춰야 한다’ 같은 규칙을 어기면 술을 마시게 하는 벌칙도 있었다. 선배를 지목하고 성관계를 암시한 표현으로 ‘나랑 라면 먹고 갈래’라고 말하라는 규칙도 있었다.

▷대학가의 일그러진 성문화는 뿌리가 깊다. 1980년대 학생운동권에서는 가부장적 의식에 젖어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는 행태를 흔히 볼 수 있었다. 당시에야 다들 쉬쉬했지만 민주화 이후 페미니스트들에 의해 운동권의 마초적 풍토는 도마에 올랐다. 해마다 신입생 환영회에서 음주로 인한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교내 개최와 술 없는 행사 등 변화가 없지는 않지만 갈 길이 멀다.

▷집단 성희롱으로 오염된 신입생 환영회는 한 학생이 학교 인터넷에 폭로하면서 알려졌다. 다방면에서 남성을 능가하는 능력과 자신감을 갖춘 알파걸 시대, 새내기 여학생들이 느꼈을 성적 수치심과 모멸감을 짐작할 만하다. 파문이 커지자 학생회 측은 사과 글을 올렸으나 비난이 쇄도하고 있다. 같은 학과 선배들이, 그것도 학교 행사에서, 저급한 마초문화를 후배 여학생들에게 써먹을 일은 아니었다.

고미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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