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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문화

[LET´s/조성하의 철도 힐링투어]<2>중부내륙권 열차 ‘오트레인’을 따라

입력 2013-04-05 03:00업데이트 2013-07-19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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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성 순애보-억지 춘양역-정선장… 기차 타고 꿈속으로
12일부터 매일 중부내륙의 산간을 누빌 코레일의 관광전용열차 ‘오트레인(O Train)’이 영월군을 지나고 있다. 일본 도롯코열차를 본떠 관광용으로 개조한 이 열차는 네량 205석으로 가족 및 커플석은 물론 차창을 향해 앉는 1인 전망석과 휠체어 공간에다 카페와 유아놀이시설까지 갖췄다. 서울역에서 하루 4회 운행하며 요금은 이틀권이 6만6100원. 3,5일권도 있다. 영월=조성하 여행전문기자 summer@donga.com
1990년 철암의 여성과 영주의 남성이 열차가 교행정차 하던 1분 동안 만났다 헤어졌던 봉성역. 지금은 열차가 서지 않아 타고 내리는 사람이 없다.
《 이제 일주일 후(12일). 코레일(한국철도공사)의 중부내륙권 관광열차 ‘오트레인(O Train)’이 운행을 시작한다. 노선은 서울역을 출발해 제천에서 영월∼태백∼봉화∼영주를 경유해 다시 제천으로 와 서울역에 돌아가는 환상(環狀·4시간 50분 소요)형. ‘오(O)’는 동그라미 모양의 노선에서 왔다.

1998년 운행을 개시한 환상선눈꽃열차와 노선은 같지만 운행 방식과 객차는 다르다. 눈꽃열차는 승부역(경북 봉화군·백두대간협곡열차 브이트레인 정거장)에 100분간 정차하는 동안 장터체험과 트레킹을 즐기는 하루 열차패키지 형태였다. 반면 오트레인은 하루 4회 운행(환상선의 순방향과 역방향으로 각 2회)하며 정해진 기간(2, 3, 5일)에 무제한으로 타고내리며 자유여행을 즐기도록 고안됐다. 객차도 눈꽃열차가 일반열차(무궁화호)였던 데 반해 오트레인은 ‘누리로’(간선형 광역도시전철열차)를 일본 도롯코열차(가족 커플 전망석과 카페 등의 설비를 갖춘 관광전용)처럼 개조한 특별열차다. 오트레인으로 돌아본 여러 곳을 소개한다. 》

영동선 러브스토리의 무대-봉성역


오후 7시 봉성역(경북 봉화군). 어스름 깃든 선로에 열차 두 대가 섰다. 승객들로 부산한 승차장에 유독 한 남녀가 마주 선 채 움직임이 없다. 이윽고 출발을 알리는 신호가 들어왔고 그제야 이들은 서로 뭔가를 건네고는 헤어졌다. 그리고 각각 반대방향으로 가는 열차에 몸을 싣고 봉성역을 떠났다.

이 장면은 1990년 어느 날 저녁, 김봉훈 씨(79·소설가)가 차창을 통해 목도한 것이다. 당시 석포중에 근무했던 김 씨는 열차로 출퇴근했는데 이 장면은 훗날 그의 소설 ‘환상선눈꽃열차’의 모티브가 됐다. 그런데 거기엔 애틋한 사연이 있었다. 두 사람은 사랑하는 사이였지만 여자는 철암에, 남자는 영주에 살아 만나기가 쉽지 않았다.

철암과 영주는 영동선이 오가는 곳. 그리고 봉성은 단선을 마주 달리던 두 열차가 교행하는 역이었다. 그래서 두 사람은 각각 열차를 타고 와 봉성역에서 내렸다. 두 열차가 동시에 선 그새에 ‘짧은 만남’을 가지기 위한 것이었는데 그 시간이라고 해야 불과 1분. 헤어질 때 서로 건넨 것은 각자의 승차권이었다. 영주의 남자는 철암까지 끊은 자기 표를, 철암의 여자는 영주까지 끊은 자기 것을 연인에게 준 것이다. 집에 돌아갈 차표로.

이 러브스토리는 영동선 역무원 사이에 널리 알려진 실화다. 하지만 이후 어떻게 됐는지 아는 이는 없다. 소문에 의하면 언제부터인가 남자가 나타나지 않아 여자만 우두커니 기다리다가 갔다는 것인데 최근엔 이마저 승부역을 무대로 한 새 버전으로 각색됐다. 최근 코레일이 발간한 철도스토리텔링 수상작 모음집 ‘레일로 이어지는 이야기’의 ‘승부역 사랑의 자물쇠’가 그것. 남자가 탄광에서 사고로 숨져 나타나지 않자 여자도 시름시름 앓다 숨졌고 이를 가엾이 여긴 역무원이 역 구내에 단풍나무를 심었는데 한 미술가가 그 아래 ‘사랑의 자물쇠’를 채울 조형물을 만들었다는….

그 봉성역을 찾았다. 대낮인데도 대합실 문은 잠겨 있었다. 열차가 서지 않는 무정차 통과 역이어서다. 그래도 역무원(한 명)은 근무 중이었다. 그도 이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고 했다. 선로변엔 40, 50년은 되어 보이는 버드나무 한 그루가 있다. 그 아래 벤치에 앉아 텅 빈 승차장을 본다. 짧은 만남을 아쉬워하며 서로의 기차표를 주던 남녀 모습이 보이는 듯하다. 그 연인, 이젠 40대 중반쯤 됐을 터. 어디서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하다. 부부가 되어 함께 오트레인 타고 다시 이곳을 찾는다면 참 좋을 것 같다.

26년 전 퇴직한 철도공무원 김찬빈 씨(84)가 지난달 21일 승부역에서 1965년에 자신이 쓴 ‘하늘도 세 평, 꽃밭도 세 평’이란 글씨 앞에 섰다.
하늘도 세 평, 꽃밭도 세 평-승부역


봉성역 러브스토리가 승부역을 무대로 각색된 것만 봐도 승부역의 유명함은 짐작될 터. 그건 ‘하늘도 세 평, 꽃밭도 세 평’이란 짧은 시구에서 비롯됐다. 그 주인공을 승부역에서 만났다. 그는 퇴직한 철도공무원 김찬빈 씨(84)로 1965년 이곳서 근무할 당시 쓴 것이다. 승부역이 들어선 곳은 낙동강 최상류의 협곡 가장자리. 절벽을 깎아 겨우 철길을 깐 영암선의 간이역이다. 그래서 터가 좁다. 그런 이곳에서 공터를 골라 꽃밭을 일구던 중 바위벽에 페인트로 쓴 게 바로 이 시다. “‘땅을 고르다 문득 쳐다본 하늘이 협곡에 가려 어찌나 좁던지 여긴 꽃밭이나 하늘이나 세 평이 못 되겠구나’라고 생각했지요. 그러다가 옆 공사장에서 쓰다 남은 페인트와 붓이 보이기에 빌려다 쓴 게 이겁니다.”

그가 승부역에 온 건 1963년. 이후 19년을 줄곧 여기서만 근무했다. “당시는 지금과 다르게 벌목공이 많았어요. 이젠 석포(면)로 길도 났지만 당시엔 철도뿐이었고요. 19년 근무하며 심심풀이로 약초도 재배했습니다. 나중엔 그걸로 영주에 집도 한 채 샀고요.” 승부역은 백두대간 협곡열차인 브이트레인(철암∼분천)의 중간역 중 하나. 오트레인은 통과하지만 브이트레인은 선다. 승부∼분천은 협곡에서도 가장 험준해 지금도 철도 외엔 어떤 길도 없다. 봉화군은 브이트레인 개통을 계기로 이곳에 트레킹 루트를 개척 중이다.

춘양목의 고장인 경북 봉화군의 봉성역에서 멀지 않은 봉화목재문화체험장. 창평삼림욕장에 자리잡았다.
‘억지춘양’의 주인공-춘양역


승부에서 남행하면 분천 현동 임기에 이어 춘양(春陽)역(모두 경북 봉화군)에 다다른다. 이곳은 금강소나무를 칭하는 춘양목(春陽木)의 본고장. 오래전 남벌로 황폐해진 산지엔 현재 신세대 춘양목이 빽빽한데 2년 후 개장할 ‘국립백두대간수목원’도 여기에 들어선다.

그 춘양역에서 ‘억지춘양’의 배경을 물었다. 그러자 박희채 역장이 ‘역사(驛史)’부터 펼친다. 거기엔 이렇게 씌어 있다. ‘철도 부설 시 자유당 원내총무가 방전(춘양면소재지 입구 삼거리)으로 직선설계된 것을 춘양시내로 변경시켰다는 설이 있음.’ 춘양역이 선 건 1955년 7월. 그해 말 영암선 철길(철암∼영주)이 개통되기 직전이다. 그런데 지도를 보면 그런 추측 그대로다. 춘양역만 없으면 철길은 법전과 임기 두 역을 직선으로 이어질 터. 중간에 춘양역이 들어서며 우회하게 된 형국이다. 억지로 철길을 돌려 ‘억지춘양’이 된 것 아니냐는 추측이다.

257.2km 노선 중 유일하게 관광을 위해 10분간 서는 태백선의 추전역 구내. 한국 철도의 가장 고지대 역이다.
최고지대의 추전역, 경승 도담삼봉의 단양역


충북 강원 경북의 중부내륙을 순회하는 오트레인은 주요 역에만 잠깐 선다. 하지만 국내 철도역 중 가장 높은 추전역(해발 855m·태백시)에서만은 10분간 정차한다. 역에 볼거리라곤 ‘한국에서 제일 높은 역’이라고 새긴 석비, 갱도에서 석탄을 실어나르던 노란 갱차 정도다. 선로 앞 정암터널은 한때 일반 철도터널 중 국내 최장(4505m). 이젠 영동선 솔안터널(16.2km), 전라선 슬치터널(6128m)에 밀려 3위다. 정선 태백을 이어주는 백두대간 두문동재(금대봉과 은대봉 사이)를 통과하는 대간터널인 것도 기억해 둘 만하다.

충북에서 들를 곳으론 단양역이 으뜸이다. 역에서 멀지 않은 곳에 단양팔경의 도담삼봉과 아치 모양 바위 ‘석문(石門)’이 있다. 소백산도 가까워 5월 철쭉축제도 예서 다녀온다. 최근엔 민물고기 수족관 ‘다누리 아쿠아리움’도 인기다. 토종 황쏘가리부터 외래종 철갑상어까지 다양하다. ‘단양채’라는 우수 향토음식도 있다. ‘성원마늘약선요리’(점심특선 1만 원)식당도 그중 하나다. 단양역 앞 열차카페도 꼭 들르자. 통일호를 개조한 식당에선 라면이 별미다.

시골장에 아라리까지-정선역

오트레인은 정선 땅(민둥산∼사북∼고한)도 지난다. 민둥산, 하이원리조트와 강원랜드 카지노, 옛 운탄(運炭)길을 정비한 하늘길이 사북역 고한역에서 멀지 않다. 정선역(정선선 철도)이 오트레인 노선에서 벗어난 게 아쉬울 뿐이다. 그래도 읍내 역전의 정선장(숫자 2·7이 들어가는 날 개장)은 꼭 들러보자. 민둥산역에서 버스(태백∼정선노선·하루 7회)나 열차(정선선·하루 2회), 택시(2만 원) 혹은 시티투어버스로 오간다.

지난주 장날엔 봄기운이 화사해 장도 모처럼 활기를 되찾았다. 이곳 특산물은 황기. 장골목의 노점 ‘청계황기족발’(여주인·남계운)에선 큰 들통에 펄펄 삶아내는데 양념에 황기 등 약재를 넣는다고 했다. ‘추억의 조양강’을 운영하는 전영숙 씨도 겨우내 발효시킨 산야초와 솔잎 등 효소와 꽃차를 들고 나와 노점에서 팔았다.

시장엔 말린 곰취와 곤드레나물이 산더미처럼 쌓였다. 새 나물은 6월에나 맛본다. 정선장의 참새방앗간이라면 메밀전병과 수수부꾸미, 메밀부치기(한 장에 1000원)를 내는 노점과 식당. 할머니가 들기름 두른 프라이팬으로 막 부쳐낸 따끈한 메밀부치기는 오래도록 그 맛을 잊을 수 없다. 노란 강냉이막걸리와 음식 궁합도 일품이다.

장 본 뒤엔 근처 문예회관에서 정선아리랑극을 본다. 정선아라리는 애절하고 구성진 가락으로 기억된다. 하지만 랩처럼 빠르게 혼잣소리로 부르는 엮음가락도 있다. 젊은이도 흥에 취할 만큼 역동적이니 꼭 한 번 들어볼 일이다.

■ Travel Info

관광


▽철도 △코레일: 1544-7788 △코레일관광개발(여행사) 1544-7755

▽정선 △스카이워크: 동강의 한반도지형 물돌이동 비경을 절벽에 돌출시킨 강화유리바닥 전망대에서 감상. 5000원. 여기서 350m 아래 강변(거리 1.2km)을 시속 70km로 90초 만에 주파하는 집 와이어는 4만 원. △관광안내: 1544-9053

▽단양 △보트투어: 도담삼봉과 주변. 6000원 △충주호 유람선: 구담봉∼옥순봉 왕복(18km·한 시간 소요). 나루터는 단양역 부근. www.betaja.com 043-422-1189 △다누리 아쿠아리움: 1만5000여 마리의 민물고기. 단양읍, www.danuri.go.kr 043-420-2951

▽봉화 △봉화목재문화체험장: 봉성면 한적한 숲의 멋진 목재건축 춘양목박물관. 목공키트 제작체험관과 창평삼림욕장(숲길 700m), 잔디광장. 무료, 월요일 쉼. 054-674-3363 △외씨버선길: 두메산골 봉화의 청정 트레킹 코스. 김주영객주길, 조지훈문학길, 춘양목솔향기길 등 13개. △경북종합관광안내소: 054-852-6800

맛집

▽단양 △성원마늘약선요리: 1만, 1만5000원. 043-421-8777 ▽태백 △원조아바이순대: 깔끔한 실내, 순댓국밥 7000원. 오전 10시∼새벽 2시, 둘째 넷째 일요일 쉼. 033-552-2239

▽정선 △동박골: 곤드레나물밥 전문. www.gondre.co.kr 033-563-2211

▽봉화 △청봉숯불식당(봉성역 부근): 솦잎 뿌려 구운 돼지구이. 054-672-1116 △봉화송이식당(봉화역 앞): 송이 넣어 향이 감도는 국밥. 054-673-4788

조성하 전문기자 summer@donga.com

도움말: 박준규 철도여행 프리랜서 ‘대한민국 기차여행의 모든 것’ 공동저자 cafe.daum.net/traintripwrite(카페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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