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위대한 리더는 말했다 “직원이 나보다 더 빛나길”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2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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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보스/시드니 핑켈스타인 지음·이진원 옮김/356쪽·1만8000원·문학동네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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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를 즐겨 듣지는 않지만 트럼펫 연주자 마일스 데이비스를 빼놓고는 20세기 재즈 역사를 논할 수 없다는 것 정도는 안다. 그러나 괴팍하고 예민했던 마일스 데이비스가 슈퍼보스인 줄은 몰랐다.

슈퍼보스(superboss)는 리더십 전문가이자 미국 다트머스대 턱 경영대학원 교수인 저자가 10년간 다양한 업계의 리더들을 연구해 발견한 공통된 패턴을 지칭하는 말이다. 파이낸셜타임스가 ‘세계 경영학계의 오스카상’이라고 부른 ‘싱커스 50(Thinkers 50)’ 순위에 지난해까지 4회 연속 이름을 올린 그는 슈퍼보스를 이렇게 정의한다.

‘리더가 조직원을 이끌고 위대한 성취를 이뤄내는 사람이라면 슈퍼보스는 거기에 더해 조직원들이 스스로 위대한 리더가 되도록 만드는 사람이다.’

찬란한 성과가 자신을 끝으로 소멸되지 않고 세대를 이어 사회에 퍼지도록 인재를 키워내는 리더라는 얘기다. 따라서 슈퍼보스는 조직을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인재를 포착해 가르쳐 발전시킨 뒤 배출하면서 거대한 왕조를 형성한다.

슈퍼보스에는 세 가지 유형이 있다. 먼저 최고 지향형의 목표는 승리뿐이다. 부하 직원을 극한까지 몰아붙인다. 때로 이기적이고 무정하며 불쾌하다. 영어 원문에는 ‘영광스러운 개자식(Glorious Bastards)’ 유형으로 돼 있다. 그러나 목표 달성을 위해 최고의 인재를 모아야 한다는 것을 알고 행한다. 굴지의 소프트웨어 업체 오라클 창업자 래리 엘리슨이 대표적이다.

양육형은 직원의 성공에 깊은 관심을 쏟으며 이들을 지도하고 가르치기 위해 부단히 애쓰는 행동파 리더다. 1980년대 미국프로미식축구리그(NFL)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스에서 슈퍼볼 3회 우승을 거둔 빌 월시 감독이 선두주자다. 그의 휘하에서 NFL 32개 팀 가운데 감독이 26명이나 나왔다. 올해 슈퍼볼 우승팀인 캔자스시티 치프스의 앤디 리드 감독도 그중 한 명이다.

마지막으로 전통파괴형이다. 이들은 자신의 일과 열망, 비전에만 몰두한다. 창의적인 예술가에게 많은 유형이다. 의식적으로 인재를 모으지 않지만 인재들이 그들 주위로 알아서 몰린다. 그 속에서 발굴된 인재들이 성공해 스타가 되면 자신의 일처럼 기뻐한다. 다른 스타의 출연에 개의치 않는 자신감으로 충만하다. 존 콜트레인, 캐넌볼 애덜리, 빌 에번스, 허비 행콕, 웨인 쇼터, 칙 코리아 같은 준령들을 빚어낸 마일스 데이비스가 슈퍼보스인 것은 당연하다.

저자는 2016년 2월에 펴낸 이 책에서 한 사람을 ‘기술이나 재능에서 자신과 견줄 만한 사람은 누구든 용납하지 못하며 … 자신이 받을 관심을 가로챌 듯한 사람과 같이 일한다는 건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오만불손형 보스라고 혹평한다. 하지만 9개월 뒤 그 사람, 도널드 트럼프는 미국 대통령이 됐다. ‘최선이 아니라 차선, 최악이 아니라 차악’이라는 선거의 격언 앞에서 슈퍼보스는 발 디딜 곳이 없었던 것일까. 총선을 앞둔 한국 정치가 더 걱정된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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