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에서 일어난 성폭행” 스타 풋볼선수 사진으로 시작된 논란 확산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3월 21일 16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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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일라 해리스 트위터
테일라 해리스 트위터
호주여자풋볼(AFLW) 스타의 사진 한 장에서 시작된 논란이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논란의 사진은 AFLW 대표 스타 테일라 해리스(22)가 하늘을 향해 다리를 쭉 뻗고 힘차게 키킹을 하는 모습을 담고 있다. 호주 스포츠 중계 방송 채널7은 19일(현지 시간) 해리스가 하늘을 나는 듯한 이 사진을 페이스북 계정에 올렸다.

문제는 해당 게시물에 여성혐오, 성적 폭언 등이 담긴 댓글이 올라오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해리스는 RSN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내가 본 댓글들은 말하자면 성폭행이었다. 역겨웠고 보기 불편했다”며 “소셜미디어에서 일어난 성폭행이라고 볼 수 있다”고 불쾌함을 드러냈다.

하지만 더 큰 논란은 해당 방송사의 후속 대응이었다. 혐오 댓글 논란이 퍼지자 채널7은 페이스북 계정에 “최근 AFLW 선수인 테일라 해리스 사진에 부적절하고 공격적인 댓글이 많이 달려 이미지와 댓글을 삭제한다”며 해당 게시물 자체를 삭제했다. 채널7은 악플러와 관련해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피해자인 해리스의 사진만 지웠다며 비판의 목소리가 커졌다. 결국 채널7은 사과와 함께 해리스의 사진을 다시 게재했지만 이미 불거진 논란을 잠재울 수는 없었다. 영국 가디언은 “악플보다 게시물을 지운 게 더 큰 피해를 입혔다. 게시물 삭제는 악플러가 아니라 해리스와 선수들의 입을 닫게 한다. 악플로 피해를 당한 사람들의 입을 닫게 만든다”고 비판했다.

올림픽 사이클 금메달리스트 안나 미어스와 AFLW 선수 다시 베시오 등 스포츠인들도 비판 대열에 동참했다. 미어스는 트위터에 ‘해리스의 이 놀라운 사진에 벌어진 일. ①사진이 악플러들에게 부정적으로 비쳐졌고 혐오 댓글이 넘쳤다. ② 그 결과 채널7이 게시물을 내렸다. 경악을 금치 못한다! 그래서 자랑스럽게 이 사진을 공유한다!’는 글을 남겼다. 함께 해리스의 사진도 공유했다. 베시오 역시 트위터에서 ‘게시물을 지우는 것은 악플러에게 항복하는 것이고 모든 긍정적 대화를 막는 것이다. 너무나도 적은 스포츠 여성의 콘텐츠를 없애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CNN은 21일 해리스 사진 논란을 보도하며 켈리 오드와이어 호주 여성부 장관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테일라 해리스는 슈퍼스타다. 풋볼 축구스타들에게 열광하듯 그녀 역시 재능, 능력으로 찬사를 받아야 한다. SNS의 댓글이 역겹다. 또 악플러들에 대처하기보다 선수의 사진을 내린 채널7의 반응도 역겹다”고 글을 올렸다.

호주풋볼리그(AFL) 최고 경영자 길론 맥라클란은 20일 언론 인터뷰에서 “이번 사건은 단일 사건이 아니라 소셜미디어 플랫폼이 직면한 도전과제로 볼 수 있다. 용납할 수 없는 댓글이 달리면 이제 많은 사람들이 문제를 제기한다”고 말했다. 그는 “해리스의 사진은 공을 50미터나 날리는 역동적이고 놀라운 모습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해럴드 선은 21일 해리스의 사진을 포스터 형식으로 넣으며 응원했다.

임보미기자 b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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