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뚱한 케이블 꽂혀 있었다…‘KTX 강릉선 탈선’ 이번에도 허망한 인재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2월 9일 17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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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통한 지 1년밖에 안 된 고속철도(KTX) 강릉선에서 탈선 사고가 발생했다. 현재까지 밝혀진 바로는 선로전환기에 고장이 났는데 이를 통제소에 알려주는 케이블이 엉뚱한 게 꽂혀 있어서 열차가 잘못된 철로로 들어선 게 사고의 원인이다.

이에 따라 이번 사고도 ‘인재(人災)’일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관리하는 철도는 최근 3주 사이 10건의 사고가 터졌다. 1964년 개통된 일본 고속철도 신칸센은 개통 후 지진에 의한 2건을 제외한 탈선 사고가 없었다는 점과 대조적이다.

9일 국토교통부와 코레일 등에 따르면 8일 오전 7시 35분 승객 198명을 태운 강릉발 서울행 KTX-산천806호가 출발 5분 만에 탈선했다. 이 사고로 승객 15명과 직원 1명 등 16명이 부상했고, 강릉선 KTX 통행이 양방향 모두 주말 내내 중단됐다. 오영식 코레일 사장은 사고 현장을 찾은 김현미 국토부 장관에게 “선로전환기 회선이 잘못 연결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사고 지점인 남강릉분기점에 설치된 선로전환기는 열차를 차량기지로 보내는 ‘21A’, 서울로 보내는 ‘21B’ 등 두 개다. 국토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가 사고 직후 육안 조사한 결과 21B에 꽂혀 있어야 할 케이블이 21A에, 21A용 케이블은 21B에 꽂혀 있었다. 코레일 측은 사고 직전 21A에 문제가 있다고 신호가 떠서 21A로 점검을 나갔는데 실은 21B가 고장 나 있었다. 열차는 ‘정상 진행’ 신호가 뜬 21B 선로전환기를 이용해 서울 방향으로 진행하다 탈선했다. 국토부 측은 “고장 난 선로전환기가 선로를 제대로 연결하지 못했고, 열차는 이곳을 통과하다 사고가 났다”고 했다. 말하자면 선로가 끊긴 것과 다름없는 구간을 열차가 진행한 것이다. 사고를 감지하는 케이블이 바뀐 이유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KTX 탈선은 2011년 2월 11일 경기 광명역 인근 일직터널 사고 후 7년 만이다. 당시 선로전환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열차가 탈선했다. 김찬오 서울과학기술대 안전공학과 교수는 “이번 사고는 2011년 광명역 탈선 사고와 판박이”라며 “유지보수 과정에서 선로전환기 케이블을 잘못 건드린 것인지, 시공 때부터 문제였는지 여부를 조사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김현미 장관은 “이런 실력으로 남북철도를 연결하겠다고 말하기 민망한 상황이다. 코레일에 대한 국민 신뢰가 더는 물러설 수 없을 만큼 무너졌다”며 사과했다. 코레일은 10일 오전 2시까지 복구 작업을 끝낼 방침이다. 추가 점검을 거쳐 당일 오전 5시 강릉발 서울행 첫차부터 정상 운행한다는 계획이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서형석 기자 skytree0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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