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남북 간 철도 연결 및 현대화 사업의 첫 단계인 공동조사를 제재 대상에서 면제하기로 결정하면서 향후 한반도 정세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주목된다.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는 한국 정부와 협의를 진행한 끝에 23일(현지시간) 철도 북측 구간 공동조사 관련 행위를 대북제재 대상에서 면제하기로 했다.
남북은 9월 평양 정상회담과 후속 고위급회담 등을 통해 10월말께부터 철도 북측 구간 공동조사를 시작하려 했으나 계획대로 되지 않았다. 남북 간 철도 협력 사업이 필수적인 유류 반출과 남측 열차 북측 구간 운행 등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기조를 이완시킬 거라는 우려가 미국과 안보리 등을 중심으로 제기되면서 협의가 속도를 내지 못한 탓이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미국은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에서 제재를 ‘지렛대’로 삼고 있는데 이게 이완되는 걸 불편해하는 것”이라며 “공동조사가 대북제재를 직접적으로 위반할 여지는 크지 않지만 시각에 따라 대북제재 공조가 흐트러트리는 행위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철도 공동조사가 대북제재 대상에서 면제된 만큼 남북은 연락채널을 통해 일정을 조율하고, 관련 작업에 조속히 착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통일부 당국자는 “다음주께면 동·서해선 철도 북측 구간 공동조사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남북은 철도 공동조사를 진행한 다음 올해 안에 철도 연결 및 현대화 사업 착공식까지 개최하기로 합의한 상태다. 단 정부는 착공식을 기점으로 당장 후속 공사를 시작하는 것은 아니라는, 비핵화 협상이 진전되고 이에 따른 제재 완화 조치가 있을 때 실질적인 공사를 시작하겠다는 방침이다.
미국과 안보리의 이번 제재 면제 결정이 대북제재의 원칙하에서 긴밀한 공조 하에 조율된 남북 간 협력에는 제동을 걸지 않겠다는 메시지로 볼 수 있어 상징적 의미의 착공식까지는 연내에 개최할 수 있을 거라는 전망이다.
신 센터장은 “공동조사와 착공식까지는 대북제재와 직접적으로 충돌하지 않기 때문에 남북 합의대로 진행할 수 있을 거로 본다”며 “그렇지만 실제 공사에 착수하는 행위는 국면이 전환되고 제재가 완화돼야 가능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번 철도 공동조사 제재 면제 결정이 북미 간 비핵화 협상에 미칠 영향도 주목된다. 양국은 이달 초께 미국에서 고위급회담을 개최할 예정이었으나 제재 완화 수위와 신고 검증 수위를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막판에 무산됐다. 이런 가운데 나온 철도 공동조사 제재 면제 결정은 긍정적 신호로 읽힐 수 있다. 다만 직접적인 변수로는 작용하지 않을 거라는 관측이다.
북한은 이달 초로 추진됐던 미국과의 고위급회담 일정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면담을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상응조치’ 안건을 구체적으로 논의하기보다 크게 묶어 맞교환하는 방식을 제안하려는 의도가 깔려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미국은 ‘빅딜’보다는 실무회담과 고위급회담 등을 통해 세부적인 사안을 하나씩 협의하는 방식을 선호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미국이 비핵화 협상이 오래 걸릴 수 있다고 밝히는 배경에는 이러한 전략이 깔려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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