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외국계 항공사 ‘정규직화 사각지대’…한국인 2년 계약 끝나면 퇴사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0월 25일 18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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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근로자들의 정규직화 과정에서 불거진 고용 세습 의혹이 논란인 가운데, 상당수 외국계 항공사들의 한국인 승무원들은 비정규직으로 2년만 근무한 뒤 퇴사하는 등 ‘정규직화 사각지대’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문진국 의원실이 국토교통부와 고용노동부로부터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일본공수(ANA항공)에 근무하는 한국인 승무원 108명 중 정규직 근로자는 한 명도 없고 모두 비정규직이었다. 또 베트남항공에서 근무하는 한국인 승무원 46명 전원이 비정규직이었고, KLM네덜란드항공 44명, 싱가포르항공 15명, 알리탈리아항공 11명, 일본항공(JAL) 6명, 말레이시아항공 3명 등 재직 인원 모두 비정규직이었다.

반면 한국 항공사들은 승무원들을 2년 계약직으로 고용한 뒤 대체로 정규직으로 전환해 채용하고 있었다. 지난해 기준 대한항공은 총 6072명의 승무원 중 정규직 5410명, 계약직 662명이었고, 아시아나항공은 총 3658명 중 정규직 3498명에 계약직 160명으로 나타났다. 856명의 승무원이 근무하는 제주항공에선 401명이 계약직으로 재직 중이었다.

이런 국내외 항공사의 근무형태의 차이는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을 어떻게 이행하느냐에 따라 발생한 것. 최대 2년 계약직으로 근무하면 정규직으로 전환해 고용하도록 돼 있는 이 법률에 따라 국내 항송사들은 대체로 계약직 근무 기간이 끝나면 평가를 통해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국내 항공사에서 정규직 전환 자격을 갖춘 비정규직 승무원 1399명 중 1286명이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하지만 상당수 외국계 항공사는 2년의 계약직 기간이 끝나면 비정규직 승무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지 않고 대부분 퇴직시키고 있었다. KLM네덜란드항공의 경우, 일본인 승무원은 3년, 중국인 승무원은 5년의 기본근로기간 만료 후 근무성적평가 등을 통해 근로기간을 연장하고 있는 경우가 많지만, 한국인승무원은 2년 계약 만료 후 전원 퇴직처리를 하고 있었다.

KLM 비정규직 한국인 승무원 모임 관계자는 “회사 측은 한국 법률을 지킨다는 이유로 한국인 승무원들에 대한 ‘고용 갑질’을 하고 있다”면서 “‘비정규직 제로’를 추진한다는 청와대와에 민원을 제기했지만 고용부로부터 관할지 노동청에 문제제기를 하라는 답만 받았다”고 말했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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