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리그 연고지 탄생의 숨겨진 이야기와 제천 KOVO컵 의미

  • 스포츠동아
  • 입력 2018년 9월 10일 05시 30분


KB손해보험 이강원(뒤쪽)이 9일 제천에서 열린 2018제천·KAL컵 남자프로배구대회 한국전력과의 개막전에서 상대 블로킹을 피해 공격을 하고 있다. KB손해보험이 세트 스코어 3-2로 승리했다. 사진제공|한국배구연맹
KB손해보험 이강원(뒤쪽)이 9일 제천에서 열린 2018제천·KAL컵 남자프로배구대회 한국전력과의 개막전에서 상대 블로킹을 피해 공격을 하고 있다. KB손해보험이 세트 스코어 3-2로 승리했다. 사진제공|한국배구연맹
2005년 프로배구 V리그 출범을 앞두고 남녀구단은 사전에 점찍어둔 지역에서 V투어 홈경기를 개최하며 연고지를 정하는 작업에 나섰다. 프로스프츠의 근간은 약속된 일정에 따라 경기가 꾸준히 열리는 리그다. 시즌을 지탱해주는 바탕은 꾸준한 성원을 하는 열성적인 홈팬과 경기장 시설 등의 인프라다.

각 구단은 좋은 연고지를 찾기 위해 노력했다. 숨겨진 이야기지만 천안은 삼성화재가 눈독을 들였다. 인근에 삼성SDI 공장이 있고 용인 훈련장과도 멀지 않아 최적의 장소였지만 배구역사는 그렇게 흘러가지 않았다. 삼성화재가 전지훈련을 하는 동안에 현대캐피탈이 천안을 선점해버렸다. 발 빠르게 움직였던 당시 현대캐피탈 프런트의 혜안이 빛났다. 이후 현대캐피탈은 많은 투자와 모범적인 연고지정착 활동으로 배구특별도시 천안을 만들어냈다. 천안을 놓친 삼성화재는 부산을 연고지로 정했다가 대전으로 방향을 틀었다.

9일 인구 14만의 도시 충북 제천에서 남자부 KOVO컵이 열렸다. 지난 8월 충남 보령에서 여자만의 컵대회가 성공한 다음이어서 흥행성적표가 중요했다.

사진제공|한국배구연맹
사진제공|한국배구연맹

제천시 여기저기에 KOVO컵 출전 선수단을 환영하는 현수막이 우선 눈에 들어왔다. 지방 도시에서 처음 벌어지는 빅 이벤트여서인지 지역의 반응은 뜨거웠다. KOVO는 5000만원을 투자해 낡고 비좁은 제천체육관을 프로배구 경기에 적합한 곳으로 개조했다. 가변좌석과 LED전광판, 조명시절, 매표소 등을 통해 프로배구가 열리는 경기장의 기준을 보여줬다. 제천시와 체육회 관계자들이 며칠 사이에 탈바꿈한 경기장에 놀랐을 정도다.

“지방 팬들도 진정한 프로수준의 경기를 즐길 수 있어야 한다”는 KOVO는 앞으로 지방자치단체가 V리그를 유치하고자 할 때 최소한 이 정도 기준은 갖춰야 경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시켰다.

남녀부의 분리 독립이 필연적인 V리그도 언젠가는 모든 팀들이 최적의 연고지를 찾아내고 선택해야 한다. KOVO는 이를 앞두고 지방 중소도시에서 다양한 이벤트 대회를 열어 V리그의 시장성을 확인하고 있다. 프로스포츠는 사업이다. 시장성이 없는 곳에서는 판을 벌이지 않는다. 프로팀을 유치하려면 그 지역이 가진 스포츠 인프라와 팬들의 열기에 반해 팀 스스로 가고 싶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초중고 남녀배구팀을 보유하고 시민들의 배구열기가 뜨거운 제천은 좋은 배구 프랜차이즈 후보도시다. 9일 제천·KAL컵 남자프로배구대회가 벌어진 제천체육관은 경기 개시 1시간 전에 좌석 2200석을 가득 채웠고 경기 때는 시민들이 통로에 까지 앉아서 선수들을 환영했다. 첫 경기의 관중은 2864명이었다.

한국전력-KB손해보험의 개막경기에서 KB손해보험팀이 3-2 승리해 기뻐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한국배구연맹
한국전력-KB손해보험의 개막경기에서 KB손해보험팀이 3-2 승리해 기뻐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한국배구연맹

A조 한국전력-KB손해보험의 개막경기는 풀세트접전을 제천시민에게 선사한 끝에 KB손해보험의 3-2(25-20 19-25 20-25 25-23 15-9) 승리로 끝났다. 한국전력은 새 외국인선수 사이먼이 아직 경기에 투입될 몸 상태가 아니어서 토종 선수들로만 나섰는데 입단 2년차 날개공격수 김인혁(13득점)의 센스가 눈에 띄었다. 국가대표 리베로 정민수를 FA선수로 영입한 KB손해보험은 리시브가 지난해보다 탄탄해진 것을 확인했다. 주공격수 이강원이 25득점(3블로킹 1에이스)으로 경기 MVP가 됐다.

제천|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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