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 정치]문정인 “난 주한미군 철수론자 아니다…단·중기적으로 필요”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5월 24일 19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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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에서 말하는 통일은 ‘남북연합’입니다. 두개의 주권 국가에서 사람과 물자가 자유롭게 통하면서 해 한반도 신뢰를 구축하고 평화공조를 만드는 겁니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는 24일 한반도 통일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공식 입장을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평화는 총구에서 오는 것도 아니고, 한 장의 외교문서에서 오는 것도 아니다”라며 “평화를 위해서라면 개인적으론 가랑이 밑이라도 기겠다. 평화는 절실하고 치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한미동맹, 단·중기적으로 필요”


“나는 본업이 교수다. 특보는 위촉직으로 권한도, 책임도, 보수도 없다. 그런데 특보가 더 부각돼서….” 문 특보는 이날 동아일보 부설 화정평화재단·21세기평화연구소(이사장 남시욱) 주최로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판문점 선언과 한반도 평화체제’를 주제로 한 강연에서 이런 말을 여러 차례 했다. 주한미군 철수 문제와 관련한 해외 언론 인터뷰가 의도와 달리 보도돼 논란이 된 점을 의식한 발언이었다. 그는 이날도 거침없이 발언을 이어갔고 쏟아진 질문 공세에도 한치도 물러서지 않고 소신을 이어갔다.

그는 “나는 한미동맹 해체론자도 아니고, 주한미군 철수론자도 아니다”라며 “주한미군이 필요하고 강력히 지지한다. 한미동맹이 최소한 단·중기적으로 있어야 한다. 북이 핵을 포기 안했으니 미국 핵우산은 지금단계에서 필요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장기적으로 평화가 오면 편 가르기 외교를 할 필요가 어디 있느냐, 이런 취지의 표현인데 (논란이 된 게)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문 특보는 “최근 방미에서 만난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부 장관이 내 기고문을 봤다고 하더라. 그 역시 만약 북한이 비핵화 되고 평화조약이 체결되면 미국에서 주한미군 철수논쟁은 피할 수 없고(Unavoidable), 필연적인(inevitable)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4·27 판문점 선언에 대해서는 서문이 특히 인상적이라고 평가했다. 과거엔 통일이 제일먼저 강조됐는데, 이번엔 평화가 가장 먼저 강조됐다는 것. 또 판문점 선언 3조 3항(올해 종전을 선언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한다)의 구체적 방식에 대해선 “개인적으로 종전 선언은 휴전의 실질적 당사자인 남-북-미-중의 4자가 하는 게 나을 것 같다”고 판단했다. 북한이 비핵화를 근거로 체제 보장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진정성을 인정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북에서 정말 자기 정권을 인정해달라고 했나. 이는 워싱턴, 동경, 서울의 해석일 뿐이지. 변화를 이야기 않으면서 변화를 시키는 게 북한을 다루는 묘미”라고 했다. 그는 “중국 도움 없이는 북한 핵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미국도 이를 잘 알고 있다”는 말도 했다.

● “文 대통령과 개인적 교감 아닌, 집합적 집적”

그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매우 실용적인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1, 2, 3차 남북 정상회담을 다 가봤다. 이번에 김정은은 주한미군 철수 이야기를 한 번도 한 적이 없다. 한미동맹도 언급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에게 적대적이지 않다면 반대할 이유가 없다‘는 게 주한미군에 대한 북한의 태도다. 북한은 이를 여러 경로로 이야기해왔다”고 했다.

문 특보는 문 대통령과 평화구상에 대한 ’싱크로율‘을 묻는 질문에는 “개인적 교감은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대신 “2012년 대선부터 한반도 평화포럼에 함께한 전직 관료와 많은 학자들의 토론에서 나온 ’집합적, 집적(集積)적 아이디어‘로 보면 된다”고 했다. 특보직 사직 의향을 묻는 돌발 질문에는 “안 그래도 고민 중이다. 특보로 대통령을 도와줄 수 있는 게 많다는 말을 들으면 도와주고 싶지만, 비판받을 땐 관두고 싶기도 하다”고 했다. 북미회담이 결렬될 경우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에는 “아주 중요한 질문이지만, 정부가 어떤 플랜B를 가졌는지 알 수 없다”고 했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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