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 수놓는 베테랑들의 품격

  • 스포츠동아
  • 입력 2018년 5월 18일 05시 30분


KIA 임창용-정성훈-한화 배영수-삼성 박한이(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사진|스포츠동아DB·스포츠코리아
KIA 임창용-정성훈-한화 배영수-삼성 박한이(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사진|스포츠동아DB·스포츠코리아
매년 최소 110명의 신인이 프로야구팀에 입단한다. 각 구단은 최대 65명의 선수만 보유할 수 있다. 산술적으로 한해 110명은 유니폼을 벗어야 한다는 의미다.

프로야구는 프리에이전트(FA) 시장에서 100억원 안팎의 대형 계약이 매년 발표되는 화려한 곳으로 보인다. 그러나 선택받은 극히 소수의 이야기다. 대부분은 살아남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 그 격전에서 승리해도 이번에는 1군 선수가 되기 위한 더 큰 관문이 남아있다. 1군 클럽하우스에 허락된 자리는 단 27개뿐이다. 그 중 야수 주전은 9명이다. 선수로서 황혼을 앞둔 베테랑들은 말한다. “젊은 선수들보다 훨씬 더 잘해야 경기에 나갈 수 있다. 우리는 팀의 미래가 아니기 때문이다.”

팀에 오랜 기간 큰 공헌을 한 선수들은 예우를 받지만 나무가 클수록 그늘도 넓다. 유망주의 성장을 가로막는 존재가 되는 순간 주위의 시선은 달라진다.

2018년 KBO리그는 그렇게 은퇴위기까지 겪었던 베테랑들의 화려한 부활이 펼쳐지고 있다.

임창용(42·KIA)은 1995년에 데뷔했다. KT 강백호(19)가 태어나기 4년 전이다. 혈혈단신 일본리그에 도전했고 메이저리그 마운드에 오르는 꿈도 이뤘다. 은퇴위기만 몇 차례. 그러나 2018년 마흔 둘 임창용의 역할은 팀의 수호신이다.

임창용은 매 경기 한국프로야구 최고령 세이브 기록 경신에 도전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에서 무려 384번(17일 기준)이나 세이브를 기록한 대 투수지만 “여전히 세이브는 어렵다”고 수줍게 웃는다. 조용히 밝힌 목표는 한일통산 400세이브다. 같은 팀 정성훈(38)은 지난시즌이 끝나고 새 팀을 찾지 못했다. 지금 모습은 익숙한 3할 타자(17일까지 타율 0.338)다.

전성기 불같은 강속구를 던지며 리그 에이스로 불렸던 배영수(36·한화)는 2016년 1군에서 단 1개의 공도 던지지 못했다. 더 이상 강속구는 없다. 그러나 정교한 컨트롤과 예리한 변화구로 한화 선발진의 든든한 한 축을 맡고 있다.

꾸준함의 대명사 박한이(39·삼성)의 황혼기 불꽃도 아름답다. 16년간 이어온 100안타 이상 기록 행진은 지난해 끝났지만 올시즌 17일까지 타율 0.342를 기록하며 팀에 없어서는 안 될 전력으로 부활했다. 지난 4년간 단 7승에 그친 노경은(34·롯데)은 가까스로 롯데로 팀을 옮겼지만 지난해 단 1승도 못 올렸다. 서서히 잊혀져갔지만 올해 1점대 방어율로 롯데 선발진에서 팀의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베테랑은 야구팬들에게 소중한 ‘살아있는 추억’이다. 역경을 이겨내고 다시 부활한 모습은 위로와 용기가 된다. 그래서 그들에게 더 큰 박수가 쏟아진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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