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화 안아준 고다이라 ‘매너상’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2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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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누빈 동아일보 기자들 ‘동아 어워즈’
알파인스키-스노보드 동시 제패, 체코 레데츠카 ‘트랜스포머상’
관심 폭발 수호랑 인형 ‘인기상’

18일 일본 고다이라 나오(오른쪽)가 한국 이상화를 안아주고 있다. 동아일보DB
18일 일본 고다이라 나오(오른쪽)가 한국 이상화를 안아주고 있다. 동아일보DB
평창 겨울올림픽은 각본 없는 드라마였다. 승자와 패자로 나뉘어 기쁨과 슬픔의 눈물은 엇갈렸지만 전 지구촌은 평창을 즐겼다. 평창 현장엔 즐거움과 환희가 넘쳤다. 평창이 남긴 명장면과 인물엔 어떤 것이 있었을까. 17일간 현장을 누빈 동아일보 기자 12인이 7개의 상으로 나눠 정리했다.

○ 매너상: 고다이라 나오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에서 은메달을 딴 이상화(29)는 레이스를 마치고 감격의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태극기를 들고 링크를 한 바퀴 돌던 이상화를 기다리는 한 사람이 있었으니 금메달을 거머쥔 고다이라 나오(32·일본)였다. 일장기를 등 뒤로 맨 고다이라는 링크를 돌던 중 멈춰서 울고 있던 이상화를 안아줬다. 승리의 기쁨을 누리는 금메달리스트에게서 찾아보기 어려운 예상치 못한 장면이었다.

○ 인기상: 어사화 수호랑

평창 올림픽 마스코트 수호랑은 대회 기간 내내 대대적인 관심을 받았다. 그 열기를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곳은 강릉 올림픽파크 안 슈퍼스토어. 공식 제품을 판매하는 이곳은 30분 이상 줄을 서야만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붐볐다. 가장 잘 팔린 제품은 수호랑 인형. 그중에서도 메달리스트에게 수여하는 ‘어사화(御賜花) 수호랑’에 대한 문의가 쇄도했다. 조선시대 문무과에 급제한 선비에게 임금이 꽃을 하사했듯 메달 획득의 영광을 축하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 인형은 메달리스트에게만 수여하기 때문에 살 수는 없다.

○ 트랜스포머상: 에스테르 레데츠카

폴을 쥐고 두 발을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스키와 두 발을 고정하고 움직여야 하는 스노보드에서 정상에 올랐다. 에스테르 레데츠카(23·체코)는 주 종목인 스노보드 평행대회전과 알파인스키 슈퍼대회전에서 모두 금메달을 획득해 전 세계 스키 팬을 놀라게 했다. 지금껏 한 올림픽에서 스노보드와 스키를 모두 제패한 경우뿐 아니라, 두 종목 모두 출전했던 선수조차 없었다.

○ 골수팬상: 숀 화이트를 위한 수제 버거 만든 윤중천 씨

‘스노보드 황제’ 숀 화이트(32·미국)는 평창에서 금메달을 거머쥐며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2006, 2010년 금메달리스트로 4년 전 소치에서 포디엄에도 오르지 못했던 아픔을 씻어냈기 때문. 화이트의 금메달 소식에 평창 휘닉스 스노경기장 인근에서 수제 버거집을 운영하는 윤중천 씨(46)도 활짝 웃었다. 그는 화이트의 금메달을 바라며 그를 위한 100만 원짜리 특제 버거 메뉴 ‘플라잉 토마토’를 만들어 제공했다. 화이트는 금메달을 따고 다시 그를 찾아 금메달을 걸어줬다.

공개적으로 동성애자라고 밝힌 미국의 스노보드 선수 거스 켄워시(왼쪽)가 남자친구인 배우 매슈 윌커스와 입맞춤을 하고 있다. NBC방송 화면 캡처
공개적으로 동성애자라고 밝힌 미국의 스노보드 선수 거스 켄워시(왼쪽)가 남자친구인 배우 매슈 윌커스와 입맞춤을 하고 있다. NBC방송 화면 캡처

○ 이색커플상: 거스 켄워시-매슈 윌커스

프리스타일 스키 남자 슬로프스타일 경기에 나선 거스 켄워시(27·미국)는 메달을 획득하지 못했지만 미국 전역을 뜨겁게 달군 선수가 됐다. 공개적으로 동성애자라고 밝힌 켄워시가 경기 출전 전 남자친구인 배우 매슈 윌커스와 입 맞추는 장면이 올림픽 주관방송사 NBC를 통해 중계방송된 것이다. CNN은 “켄워시의 성적은 챔피언 수준이 아니었을지 몰라도 올림픽 전체에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 유망주상: 정재원

남자 스피드스케이팅 정재원(17)은 이승훈(30)을 잇는 장거리 기대주의 면모를 평창에서 유감없이 드러냈다. 이승훈, 김민석(19)과 남자 팀추월에서 은메달을 합작했으며, 매스스타트에선 이승훈의 금메달 획득을 도왔다. 정재원은 “내가 팀추월 종목에서 형들 도움을 진짜 많이 받고 메달을 땄다. 2022년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내가 형들에게 도움을 줘서 팀추월 1위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5000m에서 올림픽 시상대에 올라보고 싶다”는 새로운 포부를 덧붙였다.
 
강릉=박은서 기자 clu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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