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L 빠진 자리… 러, 30년만에 금메달 환호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2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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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아이스하키 독일 4-3 꺾어
종료 56초전 극적 동점골로 연장전, 파워플레이 상황서 결승골 날려… 러시아 팬들 국기 흔들며 응원
‘돌풍’ 독일, 1976년 이후 최고 성적

자신이 때린 퍽이 골망을 흔들자 키릴 카프리조프는 헬멧과 스틱을 집어던지며 빙판 중앙으로 뛰어나갔다. 다른 선수들도 모두 헬멧을 집어 던지고 빙판으로 뛰어나와 서로 뜨겁게 얼싸안았다. 붉은색 티셔츠를 입고 열정적으로 응원하던 러시아 팬들은 3색(하얀색·파란색·빨간색) 러시아 국기를 흔들며 환호했다.

‘러시아에서 온 올림픽 선수(OAR)’가 25일 강릉 하키센터에서 열린 평창 겨울올림픽 남자 아이스하키 결승에서 연장전 끝에 독일을 4-3으로 꺾고 정상에 올랐다. 러시아는 1988년 캐나다 캘거리에서 소련으로 출전해 우승한 지 30년 만에 금메달을 땄다.

세계랭킹 2위 OAR(러시아·소련 포함)는 올림픽 아이스하키에서 8번째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세계 2위 리그인 러시아아이스하키리그(KHL) 선수로만 25명 전원을 선발하며 최강 전력을 구축한 덕에 아이스하키 강국의 자존심을 지켰다. 세계 1위 리그인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선수들의 불참으로 세계 1위 캐나다(동메달)와 5위 미국(준준결승 탈락)은 부진한 성적을 거뒀다.

드라마 같은 승부였다. 1-1이던 3피리어드 13분21초 OAR 니키타 구세프에게 골을 허용한 독일은 10초 뒤 도미니크 카훈이 만회골을 터뜨려 환호하는 러시아 팬들을 잠잠하게 만들었다. 독일 요나스 뮐러가 16분 44초에 3-2로 앞서는 골을 터뜨릴 때만 해도 승부의 추는 독일로 기우는 듯했다. 하지만 OAR는 경기 종료 56초 전 구세프가 골을 터뜨려 극적으로 승부를 연장전으로 끌고 갔다.

OAR는 골든골 서든데스로 열리는 연장전에서 독일 선수 1명이 반칙으로 2분간 링크 밖으로 쫓겨나는 파워플레이 상황에서 승부를 결정지었다. OAR 선수들이 요리조리 공을 돌리다 카프리조프에게 패스했고 카프리조프는 독일 선수들이 수비 위치를 찾기도 전에 강하게 논스톱 슛을 날려 골망을 흔든 것이다. 연장전 시작 9분 40초 만이었다.

세계 8위 독일은 세계 3위 스웨덴과 캐나다를 각각 준준결승과 준결승에서 1점 차로 꺾는 돌풍을 일으켰으나 OAR의 벽을 넘어서진 못했다. 독일은 아깝게 우승을 놓쳤으나 역대 올림픽 최고 성적인 은메달을 따내는 쾌거를 이뤄냈다. 경기 직후 독일 유력 일간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FAZ)은 “1976년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 겨울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따낸 이후 최고의 성적”이라고 평가했다.

OAR는 평창 겨울올림픽에서 ‘겨울올림픽의 꽃’이라고 불리는 여자 피겨스케이팅(알리나 자기토바)과 남자 아이스하키에서 모두 금메달을 땄다. 하지만 OAR는 종합 13위에 그쳐 통산 8번 종합 우승했던 영광에 오점을 남겼다. 이날 강릉 하키센터엔 5000여 명의 팬이 찾아 겨울올림픽 최고 스포츠를 만끽했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평창 겨울올림픽#남자 아이스하키#키릴 카프리조프#o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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