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 정원 자율조정-대입 자소서·추천서 축소… 대학 구조개혁평가 대폭 손질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24일 18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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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대학들의 원성이 높았던 대학 구조개혁평가를 대폭 손질하기로 했다. 입학 정원의 강제적 감축은 줄이고 학생의 선택에 따라 정원을 줄이는 방식으로 학령인구 감소에 대응하기로 했다. 대학 입시에서 학교생활기록부의 신뢰도를 높이고 자기소개서·교사추천서는 축소 또는 폐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2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대학의 부담을 초래한 대학 구조개혁평가를 개편해 대학의 기본 교육여건을 진단하고 지원하는 방향의 ‘대학 기본역량진단’을 실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기존 1주기(2014~2016년) 대학 구조개혁평가는 전국 대학의 등급을 나눠 입학정원의 감축에 초점을 맞췄다. 내년부터 2주기 대학구조개혁평가가 실시될 예정이었지만 교육부는 이를 대학 기본역량진단으로 개편하고 정원 감축보다 지원에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1주기 대학 구조개혁평가 때는 최상위 등급인 A등급을 받은 16%의 대학만 정원 감축 대상에서 제외됐지만 대학 기본역량진단에서는 상위 약 60%의 대학을 자율개선대학으로 분류해 정원 감축 권고를 하지 않기로 했다.

강제적 정원 감축 목표치도 크게 줄이기로 했다. 당초 2주기 대학 구조개혁평가에서는 5만 명 감축이 예고돼 있었지만 새로운 평가에서는 감축 권고는 2만 명 이내로 줄이고, 나머지는 학생의 선택에 따라 대학이 자율적으로 줄이는 방식으로 정원 감축을 유도하기로 했다. 학생 충원율이 떨어지는 대학은 대학 기본역량진단에서 낮은 점수를 받도록 하는 방식으로 학생의 선택을 받기 힘든 대학은 스스로 입학정원을 줄이도록 할 계획이다.

대학 기본역량진단은 재정지원사업과 연계된다. 자율개선대학에만 일반재정지원을 한다는 계획이어서 학생 충원율 저조 등으로 낮은 점수를 받아 자율개선대학에 포함되지 못하면 일반재정지원은 받지 못한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대학구조개혁법안 마련 태스크포스(TF) 위원장인 권선국 경북대 교수는 “대학 구조개혁은 전국 대부분의 대학에서 정원을 조금씩 줄이는 방식보다는 문제 있는 일부 대학에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교육부가 별도의 평가를 하기 보다는 이미 진행 중인 대학인증평가를 활용하면 의도한 목적을 달성할 수 있고 대학의 부담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기존 입학정원 강제감축 목표치를 기존 5만 명에서 2만 명 이내로 대폭 줄이면서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대학 구조개혁이 후퇴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높다.

대학 입시에서는 학생부 종합전형의 신뢰도를 높이는 방안이 추진된다. 김 부총리는 “전체적으로 학생부의 신뢰도에 문제가 있고, 학생부가 너무 다양한 요소를 요구한다는 문제가 있어 시정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학생부 기재 사항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는 방안에 대한 연구를 벌이고 있다. 김 부총리는 또 “(학생부 종합전형의 요소인) 자기소개서나 교사 추천서도 부작용이 많아 축소 내지 폐지하는 방향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인 외국어고·국제고·자율형 사립고 폐지를 위해 먼저 이들 학교와 일반고의 모집 시기를 통합하겠다는 뜻을 다시 한 번 밝혔다. 그는 “외국어고 학생이 유관 분야로 진학하는 비율은 35% 정도에 불과해 과학고나 예체능계열 고교에 비해 설립 목적에 부합하는 운영이 되고 있지 않는다”며 “전체의 4% 정도에 불과한 외국어고·국제고·자사고 때문에 일반고가 피폐해지는 부분에 대해 비판이 많다”고 말했다.

김 부총리는 자신의 석사 논문 표절 의혹에 대해 서울대 연구진실성위원회가 본조사에 착수한 데 대해 “서울대의 결정을 존중한다”며 “절차에 따라 해명하겠다”고 말했다.

김 부총리가 취임한 지 100일이 넘었지만 역사교과서 국정화 진상조사 등 적폐 청산에만 몰두하고 대학 수학능력시험 개편, 사립대 입학금 문제 등 교육 정책 추진에는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김 부총리는 “취임 후 과거 문제 해결에 초점을 맞췄다면 앞으로는 미래에 방점을 두겠다”고 말했다.

유덕영 기자 fir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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