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르노삼성車 사장의 토로 “일손 달려도 채용 겁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24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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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훈 르노삼성자동차 사장이 어제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당장 사람이 필요하다고 고용하면 일감이 줄었을 때 유지할 방법이 없다”며 “생산 물량이 줄어도 사실상 해고가 불가능한 한국 노동시장이 신규 고용을 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르노삼성차가 만들어 닛산 브랜드로 수출하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로그의 생산이 늘어 지난해 부산공장 가동률이 100%였는데도 사람을 더 뽑지 못했다는 것이다. 2019년 8월 로그 생산 계약이 끝나 일감이 줄어들 경우 이미 뽑은 사람을 해고할 수 없어 새로 고용하지 못했다는 하소연이다.

박 사장의 발언은 ‘해고가 쉬워야 고용도 쉽다’는 노동유연성의 역설을 실증한다. 그는 “르노 스페인 바야돌리드 공장에선 일이 많아지면 근로자의 아내까지 와서 일을 하고, 없어지면 그만둘 만큼 인력 운영이 탄력적”이라고 했다. 하지만 한국 자동차 업계에선 일감이 적다는 이유로 근로자를 해고하는 일은 상상할 수 없다. 심지어 정부는 지난달 일반해고 및 취업규칙 변경 관련 지침을 폐기해 성과가 낮거나 물의를 일으킨 직원조차 해고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세계경제포럼(WEF)이 올해 137개국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한국은 노사 간 협력 130위, 정리해고 비용 112위, 고용 및 해고 관행 88위 등 노동유연성 부문 하위권에 머물렀다. 르노삼성차처럼 노조가 막강한 대기업 정규직과 공공기관 직원들은 ‘철밥통’을 누릴 수 있어 좋을 것이다. 하지만 이 때문에 수많은 실업자들이 고용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현실이다.

독일이 2002년 도입한 하르츠 개혁은 우리로 치면 비정규직인 ‘미니잡’을 많이 만들어 실업 문제를 풀어냈다. 최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서명한 노동개혁도 노동유연성 확대가 핵심이다. 오늘 노동계와 만나는 문재인 대통령이 기득권 노조의 양보를 적극적으로 주문해야 하는 것도 이런 이유다. 정부는 정부대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에 못 미치는 실업급여 수준을 높이는 등 사회안전망을 키우는 데 힘써야 한다. 세계적 흐름과 동떨어진 노동경직성으로는 일자리 창출이 어렵다는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박동훈#르노삼성자동차#고용#비정규직#실업 문제#노동개혁#하르츠 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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