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의 날]‘치매안심센터’ 설치 서두르고 ‘과잉진단’ 막을 방법 찾아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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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국가책임제, 남은 과제는…

치매예방 놀이에 참여 중인 노인들. 동아일보DB
치매예방 놀이에 참여 중인 노인들. 동아일보DB
치매국가책임제는 그간 정부 지원의 사각지대에 있던 초기·경증 치매 환자와 관리 인프라가 열악한 농어촌 주민 등을 아우르는 정책으로 평가받지만 제도의 성공을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주된 지적은 노인 요양원이나 재가요양기관의 서비스 이용료의 일부를 정부가 대주는 ‘장기요양보험 본인부담금 상한제’가 적용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건강보험은 한 해 환자가 내는 의료비의 상한을 정해, 초과분을 이듬해에 돌려주고 있다. 반면 요양원 이용 시엔 매달 35만∼40만 원에 이르는 이용료(보험 적용) 본인부담금뿐 아니라 보험에서 제외된 상급병실 이용료, 이발, 간식 비용 등 30만∼40만 원을 환자 측이 내야 해 부담이 만만치 않다.

정부는 본인부담금을 덜어주려면 장기요양보험료 인상이나 예산 확보가 필수인 만큼 상한제의 시행 여부와 시기를 검토 중이다. 노인용 기저귀값 등 비보험 비용의 일부에 보험을 적용하는 방안도 재정을 감안해 추후 시행 시기를 정한다.

이번 정책의 핵심 인프라에 해당하는 ‘치매안심센터’는 설치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치매안심센터는 치매 환자와 가족에게 상담, 검사 등 맞춤형 사례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설로, 전국 보건소 252곳에 설치될 예정이다.

자유한국당 김승희 의원이 17개 시도로부터 제출받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기초자치단체 212곳 중 연내에 치매안심센터를 새로 설치해 운영하겠다고 정부에 계획을 제출한 지역은 18곳(8.5%)에 불과했다. 내년 상반기에 설치한다는 지역은 80곳(37.7%), 하반기는 102곳(48.1%)이었다. 터를 마련하거나 신축, 리모델링에 걸리는 시간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40, 50대에 발병하는 ‘초로기(初老期) 치매’를 정밀 진단할 신경인지검사에 건강보험 특례 적용 방식이 확정되지 않은 점도 한계로 꼽힌다. 바뀐 제도에 따르면 60세 이상 치매 환자는 정밀 검사를 받을 때 직접 내야 하는 비용이 현행 전체의 20∼60%에서 10%로 경감된다. 하지만 40∼50대 환자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건강보험 특례(본인부담률 10%)가 적용된다. 구체적인 기준은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

장기요양등급 판정이 제대로 이뤄질지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다. 요양원을 이용할 때 장기요양보험금 지원을 받으려면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신청해 장기요양 1∼6등급으로 판정돼야 한다. 지원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으면 각하 처리된다. 이 과정에서 건보공단 직원의 평가 결과가 등급 판정의 주요 근거로 활용되는데, 의료계 일각에서는 “비의료인인 공단 직원이 겉으로 알아채기 어려운 환자의 인지기능 장애 여부를 판단하는 데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치매에 따른 의료비의 본인 부담금이 10%로 일괄 인하되면 무분별하게 진료를 받는 ‘도덕적 해이’가 나타날 것을 우려하는 시각이 있다. 85세 이상은 치매 유병률이 40∼50%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는데, 이들 같은 고령자가 실제로는 사고 등으로 인한 일시적인 인지기능 장애를 보여도 치매로 꾸며 보험금을 타낼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한 광역치매센터장(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은 “치매에 대한 전문 교육을 받은 정신건강의학과나 신경과 전문의의 판단을 꼭 넣도록 하는 등의 제동 장치가 없다면 ‘과잉 진단’될 우려가 높다”고 말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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