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조선해양 폭발사고 피해자, ‘송기 마스크’ 안썼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22일 22시 15분


코멘트
20일 STX조선해양에서 발생한 폭발 사고로 숨진 하청업체 근로자 4명은 밀폐 공간에서 착용하도록 지정된 마스크를 쓰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남해해경수사본부는 “사망한 작업자들이 당시 송기(送氣)마스크가 아닌 방독마스크를 착용했던 것으로 확인했다”고 22일 밝혔다. 이는 밀폐공간 작업 때 착용해야 하는 송기마스크나 공기호흡기를 지정한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을 지키지 않았다는 의미다. 고용노동부는 밀폐공간에서 방독마스크를 착용하고 작업하다 중독 된 사례가 생기자 올해 초부터 이런 내용을 담은 규칙을 시행했다.

수사본부 측은 “해당 방독마스크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내 성능 등을 확인해보기로 했다”며 “이 마스크는 협력업체인 K기업이 지급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조선업종노동조합연대는 기자회견을 갖고 “밀폐된 공간에서 도장 스프레이 작업을 할 때는 공기를 주입해주는 공기호흡기 또는 송기마스크를 지급하도록 돼 있다. 피해 노동자들은 방독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만약 공기호흡기나 송기마스크를 착용했더라면 폭발 사고가 일어났더라도 곧바로 질식하지 않고 대피할 시간을 벌 수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사망자 시신을 부검한 결과 사인은 ‘화재사’로 추정됐다. 정확한 사인은 정밀 분석 후 확정된다. 화재사는 질식사를 포함하는 개념이다. 해경은 폭발 직후 일시적으로 발생했던 화재 영향으로 작업자들이 질식사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숨진 근로자들은 화상도 입었다.

한편 해경은 이날 오전 STX조선에 수사관 30명을 투입해 안전관리부서, 협력업체인 K기업 등 4곳에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안전관리자 선임 및 사고 당일 정상 근무 여부, 안전수칙 준수 여부 등을 파악하기 위한 것이다.

창원=강정훈기자 manma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