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청 승격 대선공약 앞세우지만… 구체적 방안 안보여”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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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학회 심포지엄서 쓴소리

대선 후보들이 하나같이 중소기업 육성·활성화 정책을 경제 분야 공약의 앞머리에 내세우고 있지만 구체적인 실행 방안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중소기업학회는 27일 ‘차기 정부 중소기업 정책 방향’을 주제로 서울 영등포구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심포지엄을 열고 “중소기업을 정책의 우선순위에 두겠다고 공통적으로 밝혔지만 구체적인 실행 방안이 확연하게 드러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주요 대선 후보들은 중소기업계의 숙원 요구인 중소기업청 승격을 공약에 포함시켰다. ‘중소벤처기업부’(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중소기업부’(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 ‘창업중소기업부’(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유승민 바른정당 후보), ‘중소상공인부’(심상정 정의당 후보) 등 용어는 조금씩 다르지만 중소기업 정책을 장관급 부처가 다루게 하겠다는 구상은 같다.

이는 대기업 중심의 경제성장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된 데다 ‘괜찮은 중소기업 일자리’가 많이 나와야 실업난을 해소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근로자의 88%가 중소기업에서 일한다는 점에서 ‘표심’을 공략하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후보들의 공약에 대해 곽수근 서울대 교수는 “중소기업 관련 정책들이 지나치게 나열돼 있다. 예산을 고려해 정책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시장과 사회에 맡겨 해결될 문제들은 과감하게 걸러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사회를 맡은 이정희 중소기업학회장은 “중소기업학회에서 새 정부가 공약을 제대로 이행하는지 모니터링하고 평가하는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심포지엄에서 김세종 중소기업연구원장은 “중소기업부(가칭)의 구체적인 소관 업무영역과 타 부처와의 업무조정 방안은 전혀 제시되지 않아 후보들이 얼마나 실현 의지가 있는지는 불투명하다”고 꼬집었다. 지난 대선에서도 중소기업부 설치가 거론됐지만 결국 무산됐다.

주요 후보들이 중소기업부 신설을 공약으로 내세우면서도 소관 업무를 명확히 밝히지 않으면서 부처 간에는 신경전이 고조되고 있다. 중소기업청은 ‘이참에 덩치를 불리자’는 생각이다. 반대로 산업통상자원부와 미래창조과학부는 조직과 인력을 사수하기 위해 수시로 대선 캠프 관계자와 접촉을 시도하고 있다.

중기청이 부로 승격될 경우 타 부처에서 3, 4개 국이 넘어갈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산업부에서 산업 육성을 전담하는 산업기반실이 주요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KOTRA와 한국무역보험공사도 중기부로 넘겨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미래부에서는 벤처와 신성장산업 지원 업무를 맡고 있는 창조경제기획국과 정보통신산업정책국이 이관 대상으로 거론된다.

산업부는 그야말로 비상이다. 문 후보는 27일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통상 부문을 기존 외교부에서 분리해 산업부로 보낸 건은 잘못된 결정이었다”며 “통상 부문은 다시 외교부로 가는 게 맞다”고 말했다. 산업부 내부에서는 향후 통상 부문까지 떼어 주면 자칫 부처가 ‘공중분해’될 수 있다는 위기감까지 고조되고 있다.

산업부 고위관계자는 “산업 정책은 업종별로 조직이 나뉘어 있어 어느 조직을 딱 잘라주기 힘들다”며 “조직 이관보다는 효율적으로 기능 조정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정민지 기자 jmj@donga.com
#중기청#대선#공약#중소기업학회#심포지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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