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각은/유종필]자치분권형 헌법 필요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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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종필 관악구청장
유종필 관악구청장
 촛불 민심은 가히 혁명적이다. 국회도 혁명적 상황임을 인정한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어떻게 재적 의원 78%의 탄핵 찬성표가 나왔겠는가. 프랑스 혁명 때 앙시앵 레짐(구체제) 해체 없이 제왕을 몰아낸 자리에 다른 제왕을 앉혔다면 역사는 그것을 혁명이라 부르지 않을 것이다. 지금 대통령 탄핵만 하고 낡은 체제의 근간인 헌법을 온존시킨 채 또다시 제왕적 대통령을 뽑자고 하는 것은 수구적 태도이다. 4·19와 5·16, 5·18, 6월항쟁 같은 격변기에 어김없이 개헌을 했던 전례에 비추어도 개헌은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개헌을 할 때 권력구조만 변경해서는 의미가 반감된다. 그동안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를 비롯하여 광역·기초의원, 학계 등에서 꾸준히 제기해온 자치분권형 헌법을 이번 기회에 반드시 만들어야 한다. 현행 헌법은 지방자치가 시행되기 전인 1987년산이기 때문에 현 시대에는 전혀 맞지 않다. 내용도 지극히 형식적 수준에 그치고 있다. 전반적으로 지나친 중앙집권주의로 일관하고 있어 시대에 한참 뒤떨어진다.

 프랑스는 지방자치 관련 12개 조항을 헌법에 두고 있다. 스웨덴은 헌법에 해당하는 스웨덴기본법의 하나인 정부조직법 1조에 스웨덴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수단으로서 대의제와 지방자치를 명시하고 있다. 지방자치를 대의제와 동격에 놓고 있는 점이 눈길을 끈다.

 대한민국이 새롭게 도약하기 위해서는 국가운영 시스템을 비효율적인 중앙집권에서 실질적 지방자치로 전면 전환해야 한다. 지방에 길이 있다. 동네 골목에서 싹튼 새로운 기운이 나라 전체에 확산되도록 해야 한다.

 민선 6기에 이른 지금 지방자치단체들은 특색을 살린 지역발전을 위해 뛰고 있지만 가장 큰 걸림돌이 재정 문제이다. 국가 전체 세수입 가운데 지방세의 비중이 20% 남짓밖에 안 되는 상황에서 중앙정부와 상급 자치단체에 재원을 의존하다 보니 창의적 사업을 펴기 힘들다. 같은 서울이라지만 강남권은 물론이고 언뜻 비슷하게 보이는 인접 자치구와도 주민들의 요구와 역점사업이 상이함을 많이 경험했다. 지역의 특색을 반영한 개성 있는 사업을 마음껏 전개하기 위해서는 자주재원 확충이 필수적이다. 지방세 비중을 담당 사무 비중에 맞게 40% 정도로 높일 필요가 있다. 대부분의 선진국은 50% 안팎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자치입법권과 자주재정 등 지방의 자율성을 확대하는 지방분권형 헌법을 갖추는 게 우선이다.

유종필 관악구청장
#촛불 민심#프랑스 혁명#대통령 탄핵#개헌#지방분권형 헌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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