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함정 100척, 서해 실탄훈련… “한국 사드 겨냥”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30일 03시 00분


코멘트

9월 3개함대 훈련 뒤늦게 공개… 환추시보 “배치 발표에 압력 가해”

 중국이 한국과 미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한반도 배치 결정에 반발해 9월 서해에서 함정 100여 척 등 3개 함대가 동원된 실탄 훈련을 벌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중국 관영 환추(環球)시보는 29일 중국해군망을 인용해 “중국 해군이 9월 중순 서해 보하이(渤海) 해역에서 남해 동해 북해 3개 함대가 참가한 가운데 대규모 실탄 훈련을 실시한 사실을 공개했다”고 보도했다. 훈련에는 함정 100여 척, 군용기 수십 대, 방공·해안방어·전자전 병력 등이 대거 투입됐다. 훈련은 서해와 보하이 만 등에서 실탄을 이용해 공방전을 벌이는 ‘실탄 대항 훈련’으로 이뤄졌다. 특히 중국 해군은 훈련을 통해 정찰예보, 원거리유도, 정밀타격, 다차원방어 등의 능력을 집중 점검했다. 

 환추시보는 훈련이 이뤄진 시기가 한미 양국이 중국의 반대를 무릅쓰고 사드 배치를 재확인한 것이 크게 주목받던 시기라고 밝혔다. 중국이 단독으로 군사훈련을 하거나 다른 국가와 육상·해상 연합훈련을 벌이면서 특정 대상국을 염두에 둔 것도 이례적이다.

 군사전문가 리제(李杰) 씨는 훈련 실시 사실이 뒤늦게 공개된 것에 대해 “당시 훈련은 한국에 압력을 가한 것이었지만 너무 자극하지 않으려 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환추시보는 “3개 함대가 참여한 대규모 훈련이 하루 이틀 진행된 것도 아니어서 한국 측이 파악하지 못했을 리 없다”며 그럼에도 한국이 훈련에 침묵을 지킨 것은 마찰을 빚을 것을 우려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한미 당국은 2월 초 사드 배치에 대한 공식 협의를 시작한다고 밝힌 데 이어 5개월 뒤인 7월 8일 사드 배치를 공식 발표했다. 한반도 사드 배치가 발표된 뒤 환추시보는 사드가 배치된 지역에 보복을 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 국방부 대변인도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근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9월 6일 라오스에서 가진 한미 정상회담에서 사드 배치에 쐐기를 박자 중국은 9월 7일부터 시작된 서울안보대화에 불참하는 등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리 씨는 “훈련 목표에 비춰 보면 사드 배치 이후 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의도가 크다”고 말했다. 중국 해군의 훈련이 이뤄지고 두 달이 지나 뒤늦게 훈련 사실을 공개한 것은 최근 사드 배치 용지가 확정되는 등 배치 작업이 진전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서해#실탄훈련#중국#사드#함정#외교#안보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