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2인자’ 최룡해, 카스트로 조문 급파…한국정부, 조문단 고심중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28일 18시 25분


코멘트
북한이 25일 사망한 피델 카스트로 전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을 조문하기 위해 최룡해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을 단장으로 하는 조문 대표단을 28일 파견했다. 또 28~30일을 카스트로 사망 애도 기간으로 선포하고 주요 기관 등에 조기를 게양하라고 지시했다.

최 부위원장과 함께 김용수 당 중앙위원회 부장, 서홍찬 인민무력성 제1부상, 류명선 당 중앙위원회 부부장, 신홍철 외무성 부상 등이 당 및 국가 조문 대표단으로 28일 평양을 출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은 전했다.

외국 정상 서거에 노동당 2인자인 최 부위원장을 파견하고 사흘간 애도기간을 선포하는 것은 북한에선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최근 국제사회의 제재·압박 속에서 얼마 남지 않은 외교적 보루인 쿠바에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다는 뜻으로 보인다. 북한과 쿠바는 전 세계에서 얼마 남지 않은 사회주의 '형제 국가'로 정치·군사적 교류를 계속하며 국제무대에서도 상호 입장을 지지해왔다.

카스트로 전 의장의 사망이 북한과 쿠바의 사회주의 '혈맹'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사다. 현재 양국은 겉으로는 정치적 우의 관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쿠바가 경제개혁을 추진하며 실용주의 노선을 걷기 시작한 이후로 실질적 협력은 많지 않았다. 따라서 경제적 측면에서 영향은 크지 않겠지만, 카스트로 전 의장이 사망하고, 그의 동생인 라울 카스트로 현 국가평의회 의장도 2018년 물러난 뒤엔 양국관계의 정치적 관계도 예전과 다를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최 부위원장은 카스트로 조문을 계기로 북한에 우호적인 국가의 수반들과 외교적 접촉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내달 4일 장례식에는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 라파엘 코레아 에콰도르 대통령,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브라질 대통령, 응우옌 티 낌 응언 베트남 국회의장 등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외교부는 28일 "정부는 쿠바 국민에게 조의의 뜻을 전한다"고 밝혔지만, 공식 조의 표현이나 조문단 파견 등을 놓고는 여전히 고심 중이다. 트럼프 당선인 측이 카스트로 전 의장에 대해 '독재자'라고 혹평함에 따라 향후 한미관계를 고려해야 할 우리 정부로서는 조의 표현과 수위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밖에 없다.

외교부 당국자도 이날 조의를 표시하면서도 쿠바 정부는 언급하지 않은 채 쿠바 '국민'으로 한정했고, 애도라는 표현보다 "조의를 전한다"고 밝혔다. 또 앞으로 정부 인사를 파견하더라도 공식적으로 조문단이나 조문 사절이라는 표현은 쓰지 않을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