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美 공습땐 3차대전” 위협… 新냉전 치닫는 시리아 갈등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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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위 높아지는 서방-러 대결

 “미국이 시리아를 공습하면 제3차 세계대전이 일어날 수 있고 핵 차원의 조치까지 취할 수 있다.”

 러시아의 유명 앵커로 사실상 정부 선전 역할을 하는 드미트리 키셀료프는 최근 TV에 나와 “지금은 일촉즉발의 상황”이라며 이렇게 엄포를 놨다. 비탈리 추르킨 유엔 주재 러시아대사는 15일 “4차 중동전쟁이 발발한 1973년 이후 미국과 러시아의 관계가 최악”이라고 평가했다. 모스크바에는 새로운 폭탄대피소를 건설하기 위해 주민들에게 돈을 내라는 사기 포스터까지 붙을 정도로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워싱턴포스트(WP)는 ‘정말 러시아가 전쟁을 준비할까’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이달 3일 미국이 시리아 정전협상 중단을 선언하고 다음 날 러시아가 16년 전 맺은 무기급 플루토늄 폐기 협정의 잠정 중단을 선언하면서 러시아와 서방 국가 간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러시아는 시리아에 요격미사일 S-300 공군 시스템을 배치하고 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는 이스칸데르 미사일을 발틱 해에 배치하는 무력 도발을 이어갔다.

 러시아와 시리아 정부군은 알레포 지역을 탈환하기 위한 공습도 계속하고 있다. 무차별 폭격이 이어지면서 민간인과 어린이를 포함해 최근 2주간 최소 376명이 숨지고 1266명이 다쳤다. 알레포 동부지역은 사방이 정부군에 포위돼 유엔과 국제적십자사의 구호물품 보급이 40일 넘게 끊긴 상태다. 전기와 수도는 일찌감치 끊어졌고 일부 지역에서는 밀가루마저 바닥나 굶어죽는 이들까지 나오고 있다고 BBC가 전했다.

 “시리아 내전은 냉전보다 더한 러시아와 서방세계의 분쟁으로 바뀌었다”는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의 말처럼 러시아의 도발은 미국뿐 아니라 다른 서방세계와의 대결로 확산되고 있다. 그동안 군사적 개입에 소극적이던 보리스 존슨 영국 외교장관은 최근 “시리아 내전에 군사적 옵션을 고려해야 할 때”라며 “영국 의회의 분위기가 2013년과는 많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이에 러시아는 이번 주 시리아 군사 작전에 참여하기 위해 유일한 항공모함을 영국해협을 지나도록 해 영국군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군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지난주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이 “국제형사재판소가 러시아를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프랑스 방문을 취소했다.

 러시아가 극단의 조치를 취하는 것은 미국 대선과 맞닿아 있다. 대선 전 혼란을 틈타 최대한 시리아의 지배력을 확보한 뒤 새 대통령과의 협상에서 주도권을 잡겠다는 것이다.

 현재 우세를 보이는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양국 간 긴장 관계는 더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민족주의자 정치인인 블라디미르 지리놉스키는 “힐러리가 당선되면 그건 전쟁”이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는 “시리아 사태보다 이슬람국가(IS) 문제가 우선”이라며 러시아와의 협조 관계를 강조한다. 그러나 러닝메이트인 마이크 펜스 부통령 후보는 “러시아가 계속 시리아 공습에 관여한다면 (반군 편인) 미국은 아사드 정권의 군사적 목표를 응징해야 한다”며 엇박자를 내고 있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은 협상 중단을 선언한 지 12일 만인 15일 스위스 로잔에서 휴전 전제조건을 논의했지만 합의에 실패했다. 케리 장관은 16일 런던에서 영국 프랑스 독일 외교장관과 시리아를 장기적으로 ‘폭격 중단 지역’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17일 러시아와 협상을 재개한다.

파리=동정민 ditto@donga.com / 카이로=조동주 특파원
#러시아#시리아#유럽#냉전#휴전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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