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자살방지용 번개탄 개발에 1억여원 쓴 정부의 ‘헛발질’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9월 25일 20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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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개탄(착화탄) 자살이 8년 간 30배 이상 급증한 가운데 정부가 1억 원을 넘겨 투자해 개발한 '자살방지용 번개탄'은 제작비 상승으로 상용화되기 어려운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최도자 국민의당 의원이 25일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살예방용 일산화탄소 초저감 한국형 착화탄 개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복지부는 지난해 6월부터 1억1700만 원을 투입해 일산화탄소가 20% 가량 저감되는 번개탄 개발에 착수했다.

번개탄을 피울 때 나오는 일산화탄소를 이용한 자살자 수가 급증했기 때문. 실제 스타PD인 고 김종학 씨, 탤런트 안재환 씨 등 유명 연예인들이 번개탄으로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번개탄을 활용한 자살 건수는 2007년 66건에서 2014년 2125명으로 8년 간 32배나 증가했다. 이에 번개탄 자살은 목을 매거나, 높은 곳에서 추락하는 행태의 자살과 함께 국내 3대 자살 수단에 들었을 정도다.

심각성을 인식한 복지부는 지난해 말 '일산화탄소 초저감 착화탄'을 개발했다. 하지만 완성하고 나니 생산 단가가 6~30% 증가했다. 여기에 생산 설비 교체 비용까지 포함할 경우 비용은 더욱 늘었다. 사실상 상용화가 어렵게 된 것. 더구나 일산화탄소가 저감된 번개탄을 2,3개 피울 경우 자살 예방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평가도 나왔다.

상용화되기 어려운 정책에 1억원 이상의 비용을 사용한 것은 '탁상행정'의 전형이란 비판이 나온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착화탄을 만드는 업체가 많지 않아 추가 지원하면 상용화 시킬 수도 있다"며 "시도해볼 만한 정책"이라고 해명했다. 실제 영국은 석탄가스, 미국은 자동차 배기가스로 자살하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이들 가스의 일산화탄소 함량을 줄이자 자살이 줄었다는 결과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루 평균 자살자가 38명에 육박하는 현 상황에서 정부의 자살예방 정책이 미온적이란 지적이 나온다. 한국은 2003년 이후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를 유지하고 있다.복지부의 자살예방 예산은 2015년 89억4000만원, 2016년 85억2600만원 등 85억 내외에 불과하다.

최 의원은 "저출산 고령화 정책에는 5년 간 198조이 투입됐다"며 "자살로 하루에 38명이 죽는 만큼 이제는 자살 문제도 저출산·고령화 대책의 주요 과제로 삼아야 한다"고 밝혔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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