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의 김일성’ 무가베 대통령, 36년 철권통치에 금 가나?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28일 23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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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의 김일성’으로 불리는 로버트 무가베 짐바브웨 대통령의 36년 철권통치에 금이 가는 소리가 들리고 있다.

올해 92세인 무가베 대통령은 1980년 영국에서 독립한 짐바브웨 독립투사 출신으로 초대 총리로 취임한 이래 36년째 철저한 개인숭배와 감시체제를 결합해 무소불위 권력을 휘둘러왔다. 1990년대 민주화 바람으로 아프리카 독재정권이 잇따라 쓰러질 때도 끄떡없이 버티며 ‘세계 최고령 독재자’ 타이틀까지 거머쥐었다.

하지만 올해 4월 한 무명의 목사가 페이스북에 올린 동영상으로 그 아성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60여 명의 신도를 거느린 에반 마와리르 목사는 짐바브웨 국기를 몸에 두르고 짐바브웨에 만연한 부패를 몰아내자고 호소했다. 이 동영상은 #ThisFlag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퍼져나갔고 한날한시에 상점은 문을 닫고 직장인은 출근을 거부하는 국민적 저항운동으로 발전했다.

당황한 무가베 정권은 7월 그를 전격 체포했지만 국민적 저항에 놀란 법원은 그를 하루 만에 전격 석방했다. 마와리르 목사는 그 직후 이웃 남아공으로 망명했지만 바짝 말라 있던 짐바브웨 국민의 정치의식에 붙은 불길은 더욱 거세졌다. 급기야 26일에는 수도 하라레에서 18개 야당이 연합한 반정부 시위가 펼쳐졌다. 여기엔 무가베의 최측근이었던 조이스 무주루 전 부통령과 디디머스 무타사 전 안보장관까지 가세했다. 짐바브웨 경찰은 물대포와 최루탄, 곤봉을 동원해 무력 진압에 나섰고 수백 명의 시위대는 도심에서 타이어를 불태우며 투석전으로 맞섰다. 무가베는 이날 국영TV에 나와 “아랍의 봄이 짐바브웨에서도 일어날 것으로 생각하는 모양이지만 그런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하지만 짐바브웨 국민도 물러설 데가 없다. 27일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짐바브웨는 2000년대 들어 농지개혁이 실패해 농업기반이 무너지고 외환관리에 실패해 국가재정이 파탄난 상태다. 거기에 지난해부터 최악의 가뭄이 겹치면서 국민의 4분의 1인 400만 명이 굶주리면서 이웃 남아공으로 넘어간 난민만 100만 명에 이른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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