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팡이 감자, 유기농 둔갑… 영양교사에 16억 금품…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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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패척결단, 급식비리 677건 적발
업체 4곳, 학교 3000곳에 리베이트… 급식비로 교원휴게실 지어주기도

국무조정실 산하 정부합동부패척결추진단이 올 4∼7월 학교급식 식재료에 대한 일제점검을 벌인 결과 총 677건의 위반사항이 적발됐다.

정부는 2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황교안 국무총리 주재로 ‘제6회 법질서·안전 관계장관회의’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의 ‘학교급식 실태점검 결과 및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추진단은 법령 위반이 의심되는 초중고교 274곳을 조사해 부적절한 급식계약 및 급식관리 비위 471건을 찾아냈다. 또 전국의 식재료 생산농가와 가공·유통업체 2415개사를 조사해 식재료 원산지 및 품질 표시 위반 등 129개 업체, 202건의 위반사항을 적발했다. 그 과정에서 학교와 업체의 유착비리 4건도 확인했다.

추진단에 따르면 학교 급식을 담당하는 영양교사들과 업체들은 식재료를 지정 주문하는 대가로 상품권 등의 리베이트를 받는 등 뿌리 깊은 유착관계를 맺고 있었다. 추진단은 동원, 대상, CJ프레시웨이, 풀무원 등 4개 급식업체가 최근 2년 6개월 동안 3000여 개 학교의 영양교사들에게 16억 원 상당의 상품권, 캐시백 포인트, 영화관람권 등을 제공한 혐의를 포착하고 사건을 공정거래위원회에 넘겼다.

급식 회계처리도 엉망이었다. 대구의 한 초등학교는 급식예산이 남았는데도 이를 학부모에게 돌려주지 않고 120만 원 상당의 한우갈비 23kg을 구입해 교직원들에게 갈비찜을 만들어 제공했다. 경북의 한 업체는 급식비 669만 원으로 교원휴게실 공사를 해줬다.

식재료 업체들의 도덕적 해이도 심각한 수준이었다. 경기 하남에 있는 한 업체는 곰팡이가 생긴 일반 감자를 깨끗하지 않은 지하수로 세척한 뒤 친환경 감자와 섞어 ‘유기농 감자’로 둔갑시켰다. 이후 수도권 50여 개 초중고교에 감자 3200kg을 공급했다.

정부는 급식비리 재발 방지를 위해 내년 상반기(1∼6월)까지 ‘학교급식 전용 인터넷 사이트’를 만들어 △학교별 급식 만족도 평가 결과 △학교급식 위생·안전 점검 결과 △급식비리 적발 내용 등을 공개하기로 했다. 또 입찰 담합 등 비리가 의심되는 정보를 골라낼 수 있는 ‘지능형 입찰비리 관제시스템’을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구축할 계획이다. 170여 명 규모의 ‘전국 학부모 급식모니터단’도 구성해 학교급식 전반을 점검하기로 했다. 추진단 관계자는 “현재 영양교사가 단독으로 처리하는 식단 작성과 변경, 식재료 주문서 작성, 정산 등의 업무와 관련해 반드시 교장이나 교감의 결재를 받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세종=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영양교사#금품#부패척결단#급식비리#리베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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