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부산행’에서 유머-감동 쏙 뺐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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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혹 좀비 애니메이션 ‘서울역’

18일 개봉하는 애니메이션 ‘서울역.’ 1000만 영화 ‘부산행’의 전편 격이지만 훨씬 무겁고 잔혹하다.NEW제공
18일 개봉하는 애니메이션 ‘서울역.’ 1000만 영화 ‘부산행’의 전편 격이지만 훨씬 무겁고 잔혹하다.NEW제공
어둡고 잔혹하다. 18일 개봉하는 연상호 감독의 ‘서울역’은 올해 첫 1000만 관객을 달성한 ‘부산행’에서 유머와 감동을 쫙 뺀 잔혹 좀비 애니메이션이다. 감독의 전작인 ‘돼지의 왕’(2011년) ‘사이비’(2013년)를 본 적 없거나, ‘서울역’을 부산행의 전편 정도로 가볍게 생각한 관객이라면 영화의 무게감에 다소 놀랄 수 있다.

‘서울역’은 좀비 바이러스가 퍼진 서울역에서 살아남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서울역’은 펀드매니저와 딸, 임신부와 남편처럼 평범한 이들이 모인 부산행 KTX와는 확연히 다르다. 거친 ‘삼류인생’들이 전면에 등장한다. 가출한 뒤 여관방에서 근근이 생활하는 혜선(목소리 연기 심은경)과 그런 혜선에게 성매매를 시켜 생활비를 버는 동거남 기웅(이준), 딸을 찾아 나선 아버지(류승룡)가 중심인물이고 서울역 노숙인들이 등장한다.

이 인물들을 통해 감독은 직설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한다. ‘보편적 복지’의 타당성을 말하던 이가 냄새나는 노숙인에게 경멸 어린 태도를 보이거나 경찰과 군인은 좀비가 아닌 ‘멀쩡한’ 사람들을 향해 방어 차원이라며 총을 쏘는 식이다.

선악의 경계를 모호하게 표현하는 연 감독의 성향도 잘 드러난다. 딸 혜선을 위해 좀비 떼를 물리치던 아버지는 어느 순간 악인으로 돌변하고, 혜선에게 성매매를 강요하던 기웅은 그런 아버지로부터 혜선을 지켜주는 유일한 인물이 된다. 평소 좀비물을 좋아한다면 부산행보다 포악한 좀비 비주얼과 더 ‘B급다워진’ 표현이 마음에 들 듯싶다. ‘부산행’이 정체불명의 좀비가 된 여자(심은경)를 비추며 무턱대고 출발했듯, 서울역도 이미 어디선가 감염된 노숙인으로부터 시작된다. 여기에도 답은 없다.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
#서울역#부산행#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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