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소행성 충돌 막을 新기술이 우주 진출 앞당길까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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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행성 적인가 친구인가/플로리안 프라이슈테터 지음·유영미 옮김/288쪽·1만5000원·갈매나무

2050년 인류는 지구와 충돌 예정인 소행성 ‘파이’에 로켓을 쏴 맞히지만 11개로 쪼개진 조각 중 하나가 지구와 충돌한다. 달에 혼자 있던 ‘나’는 인류 전체가 멸망하는 모습을 목격하고 좌절한다. 만화가 조석이 네이버 웹툰에 최근 연재하기 시작한 ‘문유’의 도입부다.

이 같은 설정은 꽤 합리적이다. 독일의 소행성 전문가인 이 책의 저자도 “충돌 위기의 소행성을 폭파하는 것은 최악”이라며 “소행성이 큼직한 덩어리 여러 개로 나뉘어 지구에 마찬가지 피해를 주게 된다”고 썼다.

연구 결과 6500만 년 전 공룡을 절멸시킨, 직경 10km 이상의 소행성과 지구가 충돌하는 일은 평균 5000만 년에 한 번 일어난다. 직경 1km 이상인 소행성의 충돌은 60만 년에 한 번 정도다.

직경 0.5∼1km 소행성과의 충돌은 이보다 자주 일어나는데, 그래도 전 지구적 피해를 불러온다. 엄청난 열과 충격파로 충돌 지점 반경 1000km 안쪽의 모든 생물은 죽음을 맞는다. 파편들이 공중으로 날아갔다가 며칠에 걸쳐 다시 지구로 떨어진다. 기온은 마찰열로 단시간에 급격히 치솟았다가 곧 먼지가 하늘을 어두운 장막처럼 뒤덮어 길고 추운 겨울이 온다. 생태계는 무너지고, 크레이터가 형성될 때 암석 속 유황이 기화해 산성비가 내린다. 지옥도와 다름없다.

인간이 이를 막으려면 소행성의 궤도를 약간 바꾸는 게 효율적이다. 우주선을 보내 ‘살짝’ 미는 방법이다. 그러나 미는 데 필요한 막대한 연료까지 싣고 소행성까지 가야 하기 때문에 사실 불가능에 가깝다.

책은 새로운 방법을 소개한다. 바람의 힘을 받아 항해하는 범선처럼 태양빛을 받아 우주로 나아가는 ‘태양 범선’을 활용하는 방법, 고출력의 레이저를 소행성 표면에 쏴 물질을 기화시켜 이때 생기는 반작용을 이용하는 방법, 전기장으로 이온을 내뿜어 가속하는 ‘이온 엔진’을 사용하는 방법 등이 모색되고 있다.

저자는 이 같은 기술들이 동시에 인간을 먼 우주로 나아가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우주 엘리베이터’처럼 가까운 미래에 실현될 가능성이 있는 기술들을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소행성 적인가 친구인가#플로리안 프라이슈테터#파이#조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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